'아스달 연대기'로 설명하기에는 부족…기관 투심이 핵심
5월 NDR 이후 매도세 늘어나…사업 방향성에 의구심
-
‘미디어 커머스(Media Commerce)’를 표방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CJ ENM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본질가치에 비해 주가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7월 장중 29만4900원까지 갔던 주가는 작년말 20만원 이하로 내려갔다가 반등하는듯 했으나 5월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종가는 16만원대로 급락했고 27일에는 장중 한때 16만7200원까지 빠졌다.
이는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보다 10만원가량 벌어진 수준이다. 이에 CJ ENM 시가총액도 4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닥 대장주로서 2위였던 시총 순위도 3위로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2배 수준으로 회사의 펀더멘탈 대비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
최근 시황으로 설명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일례로 지난 26일의 경우 코스닥 시장은 전반이 약보합 마감했지만 유독 CJ ENM 주가는 4% 가까이 떨어졌다.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근본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들은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우려, 그리고 회사와 그룹의 사업전략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언급했다. 기관들이 팔기 시작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더해졌다.
◆‘콘텐츠 혹평’에 개인 투심 악화됐지만…본질요인으로 보긴 어려워
표면상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박한 평가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고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반응했다는 것. 1분기 미디어 부분 영업이익이 상각•인건비 증가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44%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540억여원을 들인 tvN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의 시즌제 연속성 마저 낙관할 수 없어졌다. 이로 인해 ‘내년’에 대한 우려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아스달 연대기만으로 지금 CJ ENM 주가 하락세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아스달 연대기는 초반 혹평과 별개로 5~7%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익성도 있다. tvN 방영권료와 프로모션 및 판권 선판매로 시즌1의 손익분기점(BEP) 수준에는 도달한다. 이에 회사 측도 “선판매가 다 진행된 건이라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에 민감한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주식 투자에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지만 기관은 다르다”며 “시가총액 4조원 안팎의 회사가 500억원짜리 작품 하나 때문에 기관 등이 이렇게까지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 상식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기관들 “회사가 제공하는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매도 버튼
결국 기관투자가들의 떨어진 투자심리가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들은 지난 5월30일 열린 CJ ENM의 기업설명회(NDR)을 계기로 지목했다. 회사가 제시한 설명과 비전에 ‘실망’을 느꼈다는 언급들이 다수 나왔다.
이 자리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 중 상당수는 일단 회사 측 답변이 명쾌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미디어 부문 영업이익률이 2분기 연속 떨어지는 것에 대한 설명도, 이에 대한 대안제시도 뚜렷하지 않고 준비도 부족해 보였다는 것. CJ ENM은 최근에도 다시 NDR을 진행 중이지만 기관들은 여전히 ‘지켜보자’는 시각이라고 밝혔다.
A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기관들 사이에서 대체로 ‘CJ ENM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피드백이 나온다”며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예로 들면 이런 저런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어느 정도 나와줘야 하는 숫자가 있는데 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이렇게 떨어졌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특히 부족했다”고 말했다.
B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CJ지주가 신사업으로 제시한 '디지털마케팅'은 완전 똑같지는 않다고 해도 자회사(메조미디어)를 통해 영위하는 사업과 일정 부분 겹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들 사이에서는 CJ그룹이 계열사 및 조직의 변화가 많고 승계 이슈도 남아있다 보니, 그 과정에서 CJ ENM이 희생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CJ지주는 CJ올리브네트웍스 IT 부문 흡수합병을 밝히면서 △디지털이노베이션 △디지털마케팅 △디지털체험 등을 3대 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디지털마케팅’은 이미 자회사인 메조미디어를 통해 영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CJ ENM의 사업성이나 주가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지주가 IT 사업을 하는 것과 CJ ENM과의 사업은 상관이 없다”며 “기관들의 우려처럼 CJ ENM이 지주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니며, 회사 입장에서도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테마파크 사업도 부정적으로 평가…승계 관련 해석까지 나와
기관들과 함께 증권업계가 제시하는 우려사항은 몇 가지 더 있다.
총 프로젝트 비용 1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CJ 라이브시티’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신을 기관투자자 매도세와 연결하는 해석도 있다. 현 시점에서 손익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선 테마파크 사업에 호의적일 수 없다는 진단이다. 또 증권업계에서는 홈쇼핑 사업 부문과 자회사 넷마블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도 CJ ENM의 주가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에 대해 CJ ENM은 “파주 콘텐츠 월드(가칭)는 세트장의 개념이고 CJ라이브시티뿐만 아니라 콘텐츠 월드도 중장기적으로 CJ ENM에 모두 필요한 것이라 투자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다 보니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지금 CJ그룹이 승계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CJ ENM 등의 주가를 끌어올릴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3세의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지금 CJ ENM의 주가 하락에 따른 CJ㈜의 낮은 주가가 오히려 승계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를 CJ ENM의 주가하락과 직접 연계짓기는 어렵고 근본원인으로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죽 주가관리가 안되면 지주가 CJ ENM 주가를 찍어누른다는 과도한 불만까지 기관들 사이에서 나왔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그룹의 승계 작업에 유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CJ ENM 주가 하락과 그룹의 승계 이슈를 연결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고 답변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아직 이렇다할 대응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CJ ENM 측은 “최근 두드러진 주가 하락은 증권사들도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최근 나온 증권사 리포트 내용 정도로만 얘기를 나누는 상황이라 회사 차원에서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더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27일 13: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