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건 수임 후 역량 강화 나선 태평양
외국계 클라이언트 확보 '핵심'이던 포렌식 업무 '흔들'
경쟁사, 고객사 끌어오기에 '열중'…일부 "삼바 사건이 최악의 케이스" 홍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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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그간 독보적 지위를 누린 기업 내부조사(컴플라이언스)와 디지털포렌식 분야에서 흔들리고 있다. 태평양 등 경쟁사들은 공격적으로 김앤장 인력을 영입해 세를 키웠고, 이를 통해 고객망도 넓히고 있다. 특히 그간 김앤장 내 든든한 수익원이었던 글로벌 고객들의 연쇄 이탈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로펌의 '디지털포렌식팀'은 자체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PC, 서버, 스마트폰 등을 통한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을 앞둔 기업들의 선제적인 내부조사에 활용하거나, 영업 기밀 보호 측면에서 포렌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로펌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새 먹거리로 꼽혀 왔다.
대형 로펌 사이에선 해당 분야의 장비와 투자 측면에서 김앤장을 따라갈 곳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쟁사 사이에서도 해당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김앤장 수준의 투자를 늘리는 덴 선뜻 재원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쟁사들 사이에선 과다한 비용 탓에 김앤장을 기피한 고객 혹은 업무상 이해상충 상황이 있는 사건 정도만 수임하는 등 영향력을 보이진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쟁사들도 해당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며 김앤장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가장 부각된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지난해 10월 김앤장 내에서 국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던 박준기 변호사, 해외 기업의 컴플라이언스를 맡던 최원규 외국변호사 등 4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대형로펌 사이에선 태평양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개인 변호를 수임하면서 컴플라이언스 및 포렌식 분야의 확대에 더 속도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에서도 부회장과 관련된 정보는 민감하다보니 해당 업무를 여러 로펌에 분산하기보단 태평양에 전담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그 때부터 태평양에서 무게감 있는 인물을 모셔오고 팀을 확장하는 데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담 팀을 구성한 율촌 등도 고객군 늘리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경쟁사들의 부상은 자연스레 김앤장의 타격으로도 이어졌다. 로펌 업계에 따르면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올 한해 가장 큰 장으로 손꼽힌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대응 업무를 김앤장이 아닌 경쟁사 태평양이 맡았다. 김앤장은 그나마 상장업무를 도왔던 코오롱티슈진 업무만 대리하면서 체면치래 했다는 평가다. 로펌 사이에선 "이웅렬 전 회장과도 연관된 사건이다보니 당연히 '오너' 형사 사건에 강한 김앤장 몫이 될 줄 알았는 데 이변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지난 2월 김앤장 내 포렌식 장비 등이 사정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검찰은 애경산업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독성성분' 자료가 김앤장 내 포렌식 장비에 남아있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선 김앤장이 고객사 동의를 받아 '임의 제출' 형태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업 사이에선 여전히 "언제든 로펌에 제출한 정보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 법조계 포렌식분야 관계자는 “워낙 김앤장 역량이 아직까진 독보적인 탓에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본인들이 먼저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김앤장을 피하고 경쟁사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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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앤장 입장에서 컴플라이언스 및 포렌식 팀의 영향력 축소를 단순히 한 사업부문의 부진으로 해석할 수 없는 점이다.
김앤장은 해당 업무의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들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찾아오는 법률자문사로 자리잡았다. 해당 업무를 바탕으로 그룹 오너 일가, 글로벌 기업 등의 형사 사건을 도맡아왔고 이를 M&A 자문 등 부대 업무로 확장시키며 수익을 거둬왔다는 평가다. 아직까지 김앤장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겼다고 회자되는 'L·O·V·E'(롯데(L)·옥시(O)·폭스바겐(V) 등)도 모두 컴플라이언스 및 포렌식 업무와 일정정도 연관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간 김앤장이 수행해온 한국GM 자문 업무가 태평양으로 넘어간 점도 이같은 '위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일 건만으로도 김앤장이 100억원 이상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든든한 수익원 중 하나였기 때문에 여파는 더 클 것이란 분위기다.
다른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김앤장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분쟁 혹은 수임이 겹치면 무조건 글로벌을 택해왔다고 보면 될 정도였다”라며 “창업자인 김영무 변호사가 외국계 클라이언트가 진정한 우리 고객이고 국내 기업은 언제 다른 로펌에 갈지 모른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글로벌 고객 이탈은 더욱 뼈아플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외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사이 경쟁 로펌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이 주춤한 사이 글로벌 업체 및 한국 지사들을 중심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일부 로펌 변호사들은 고객 면담시 김앤장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최악의 사례로 김앤장이 수임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응 건을 언급하며 마케팅에 나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경쟁로펌 변호사는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서 기밀 자료들이 나오는 문제는 변호사들이 관여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김앤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시각도 좋지 않은 데다, 삐걱거리는 모습이 비치다보니 경쟁사들의 공세도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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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