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및 발행어음 논란 등에 업계 내에선 '앞뒤 안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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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를 향한 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 직후 예대율 규제 등 은행을 겨누던 칼날이 보험사를 거쳐 최근에는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증권업계에선 △발행어음 및 신용공여 종합검사 △발행어음 투자현황 공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태조사 등을 일련의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한국투자증권의 해외법인 부당 지원에 대한 제재를 최종 확정한 데 이어, 이달 안으로 NH투자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관점 차이’라는 불만이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에 약 400억원을 대여해 계열사 신용공여 제한을 위반한 혐의를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통상적인 비금융계열 자회사에 대한 대여가 아니라, 해외 사업을 위해 나가있는 금융계열 자회사에 자금 대여를 ‘신용공여’로 보는 건 이견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당국도 금융계열 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해 당초 정했던 과징금(38억5800만원)에서 20% 경감된 32억1500만원으로 줄여주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 때는 증권사들에게 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 IB들에 발맞춰 해외로도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라고 권장하더니, 해외 사업을 위한 자회사에 대한 대여를 신용공여로 판단하는 것을 두고 일부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이해가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며 “신용공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증권업계 안과 밖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발행어음 투자 현황 공개를 두고도 증권업계에서는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발행어음의 초기 목적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님에도 ‘혁신기업 투자’를 늘리라는 지적을 받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목적 역시 ’해당 증권사들의기업금융 분야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즉 애초에 혁신기업에 지원하라고 설계한 상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매달 금융감독원에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운용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발행어음 업무 허용 요건이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달됐던 자료가 정치권을 통해 공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발행어음 사업자 중 기업금융 의무비율(50% 이상)과 부동산 자산(투자)비율(30% 이상)을 어긴 곳은 현재까지 없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총수익스왑(TRS) 외에는 발행어음과 관련해 큰 이견 없었기에 해당 지적은 ‘날선 시선’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 투자도 단기손익 인식이나 매도 가능 정도로만 공개하지 각각을 분류해서 어느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팔았는지 운용비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발행어음 역시 다른 계정처럼 어떻게 운용하는지 세세하게는 공개를 안하는 게 원칙이며 증권사에 자율로 맡기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PF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놓고는 ‘뒷북’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마무리된 거래보단 새로 진행 중인 거래에 대한 조사의 방점이 찍힐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라서다.
실태조사에 포함된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다. 우발채무 문제가 부각되면서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해당 증권사들은 시장에서 부동산PF를 많이 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함께 손발을 많이 맞춰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구조는 이렇다. 주로 현대차증권 또는 하이투자증권 등이 부동산PF 딜을 떠와서 선순위를 메리츠종금증권에 넘기고, 후순위 등을 본인들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공동으로 딜 소싱을 해왔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우발채무 비율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PF 거래를 많이 줄인 상황이고, 현대차증권 역시 금감원 조사 전부터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국내 부동산 투자는 선순위 위주로 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국에선 ‘부실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업위험성을 점검 취지로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 ‘꼬투리를 잡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 역시 ‘타이밍’ 문제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를 포함한 당국 입장에선 경제지표 등이 생각만큼 안 나오니까 타개책이 필요할테고, 증권사를 타깃으로 여러 점검을 하는 분위기”라며 “은행과 보험 등은 이미 손을 댄 상황이니까 만만한 게 증권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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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