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한령'·日 '혐한령'까지...국내 엔터사, 외교마찰 희생양 트라우마
국내 아티스트 일본 진출, 하반기에 대거 예고…영향 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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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간 수출 규제안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대외 변수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번 규제의 화살이 국내 엔터산업을 직접적으로 향하는 건 아니지만 엔터사들의 주 매출처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대형 엔터 3사의 주가는 일본의 무역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4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8일 5.83% 하락한 이후 등락을 보이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각각 최대 3.27%, 3.79% 하락한 이후 보합세다.
상반기 엔터업계에 마약 파문 등 부정적인 스캔들이 많았던 데다 3개 기획사 실적도 기대치를 하회하며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과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반등 시기는 더욱 늦춰지고 있다.
일본 시장은 국내 엔터사들의 주된 매출처 중 하나다. 지난해 주요 엔터사의 일본 매출 비중은 ▲YG 약 30% ▲JYP 20% ▲SM 15% 가량에 달한다. 단일 국가 비중으론 가장 큰 편에 속한 데다 매출 대부분이 공연 수익 등에서 발생해 주요 '현금 창출원'으로 꼽혀왔다.
각 증권사들도 이를 반영해 목표 주가 조정에 나서는 등 보수적인 주가 전망에 나섰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산업의 밸류에이션이 급감하고 있다”며 JYP엔터테인먼트의 기존 목표주가를 4만3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업계에선 이번 제재안이 엔터산업 전반으로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갑작스런 한·일관계 악화로 엔터사들이 장기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도 기관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에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지난 2012년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즉각 국내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막고 일본 내 혐한류가 확산되면서 엔터사들의 주가에도 장기간 악영향을 미쳤다.
주요 아티스트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대거 예고된 기획사들의 고심은 더 깊어질 예정이다. 6월부터 글로벌 투어에 돌입한 JYP의 트와이스는 오는 17일과 24일에 각각 일본 싱글 4집과 5집을 발매할 예정이며, JYP의 '니지(Nizi) 프로젝트'도 하반기 일본에서 방영된다. SM 소속 EXO의 일본 완전체 콘서트와 YG 위너의 일본 컴백도 3분기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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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일본 업체와 협업 및 현지화 등으로 3분기 이후 일본시장 진출을 꾀하던 CJ ENM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J ENM은 그간 'KCON JAPAN' 등을 통해 일본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올 3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반영을 기대해온 상황이다. 일본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과 합작해 3분기에 프로듀스X, 4분기엔 프로듀스재팬 등을 출범할 예정이었다. 내년초엔 빅히트와 합작해 설립한 빌리프랩까지 더해 세 팀의 보이그룹을 순차 데뷔시킬 예정이었지만 한일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증권사 엔터주 담당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시장 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캐시카우인 일본 시장까지 불확실성에 놓이다보니 단기간 투심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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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