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M·신한은행·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 꾸려 PF 진행
시공사 신용보강 없애는 대신 공사비 절감
대형 디벨로퍼 덕분…사업성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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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차례 유찰을 거듭하던 '정보사 부지'가 지난 5월말 극적으로 매각된 가운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참여자들의 사업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대형 디벨로퍼 MDM과 신한은행이 주도해 직접 자금을 태우고,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힘을 보태는 형태다.
일반적인 대형 PF와는 달리 건설회사(시공사)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 국내 부동산 PF의 기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사 MDM과 신한은행, 이지스자산운용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의 정보사 부지 PF 구성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업수행을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의 자본금은 1200억원 규모로 MDM이 절반 가량인 600억원을, 신한은행과 이지스자산운용이 각각 400억원, 200억원을 담당한다. 현재 컨소시엄은 1조 956억원에 부지 계약을 체결한 상태며, 이후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건축용도비용을 더 구성해 총 2조원 가량의 사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PF구성은 시공사의 신용을 배제한 구조로 인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국내 부동산 PF사업에는 시공사 역할을 하는 건설사의 신용도가 가장 중요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역할을 겸하던 건설사들이 IMF 이후 리스크 분산을 위해 업무영역을 나누자, 시장에서는 별 다른 자본이 필요치 않은 시행사들이 급증했다. 이들은 건설사들의 축적된 신용을 조달 원천으로 삼았고, 자연스럽게 금융권에선 시행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건설사가 건물을 끝까지 짓도록 하는 ‘책임준공’ 및 보증 계약을 맺는 형태가 자리했다. 이 때문에 PF 업계에서는 최근까지도 “건설사는 계약상에서만 을이고, 사실상 시행사가 을이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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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향은 대형화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필두로 점차 변화하는 추세다.
이번 정보사 부지 PF를 이끈 디벨로퍼 MDM과 신한은행의 경우, 시공사의 '책임준공 체제'를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시공사 책임준공을 없애는 대신 국내 주요 건설사들을 상대로 '입찰'을 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건설사가 PF에서 단순 도급 형태로 참여하게 될 경우 공사비를 10~20%가량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F를 주시하고 있는 건설사들 역시 '나쁠 건 없다'는 분위기다. 공사비가 깎이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책임져야할 영역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보사 PF는) 사업성을 철저하게 따져 참여하겠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크게 손해볼 지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이런 구조가 나오게 된 데는시행사들의 신용도와 자금력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시공사 보증에 의존하던 시행사들이 대거 도산을 겪었고 이후 국내 시행사들은 꾸준히 자체적인 여력을 쌓아왔다. 동시에 시공사들이 보증을 꺼리고 대체제로 등장한 증권사들마저 신용보강에 대한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기조는 더 강해졌다. 국내 양대 디벨로퍼라 불리는 MDM과 신영그룹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각각 8214억원과 1조 2062억원을 기록했다. 연매출은 각각 1조 6232억원, 1조 471억원에 달했다. 이번 정보사 PF서 조달 담당을 맡은 신한은행 역시 이점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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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벨로퍼들의 대형화가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이번 PF 성공여부는 더욱 관심을 받는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매출액 별 사업체 수 비중에 따르면 약 2000개에 달하는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 중 매출수준 100억원 이상의 업체가 10%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더해가고 있다. 정보사 부지 사업의 ‘성패’에 따라 자본 여력을 키워온 시행사들이 이들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보사 부지의 사업 성공여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과거 수차례 부지 매각이 유찰된 주요한 이유로는 매각대금 규모와 함께 주거용도 개발의 제한이 꼽힌다. 면적만 9만1597㎡에 달하는 이번 사업용도 부지는 6년 전 공매로 처음 등장해 등장해, ‘강남’이라는 지리적 요건이 부각되며 감정평가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 2016년 서울시가 ‘서리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고시하며 주택 용도의 부지 사용을 금지해버리자 사업자들의 고심은 한층 더 심화됐다. 유찰에 유찰을 거듭한 끝에 지난 5월 매각이 이뤄졌지만 결국 이또한 ‘장래 사업성’을 이유로 결단을 내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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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관계자는 낙찰받은 부지에 관해 “바이오, IT, 금융 등의 사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 11동을 개발할 것”이라며 “바인딩은 안돼있지만 사업성에는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강남 역세권 입지조건을 보유한 만큼 오피스용도의 수요도 충분할 것이라 보는 셈이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서초동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판교 등지의 오피스 수요가 올라가면서 강남권 오피스 공실율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공공청사라고는 인근 법원뿐인데 입주 단가 대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인접한 방배동의 다른 중개업 관계자 역시 “원래가 오피스보다 주거용 부지가 많던 동네다”며 “서리풀터널이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교통이 완전히 자리하지 못했고, 산 위의 부지라 상권형성이 미리 돼있는 것도 아니라서 제값 받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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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