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실적·신용도는 악화 추세
"상반기 하이일드 채권에도 몰렸던 수요 꺾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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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까지 활황이었던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통상 수요를 증가시킬 호재로 인식되는 '기준금리 인하' 마저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리인하 배경으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경기가 꼽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비우량채에도 자금이 넘쳐났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 채권시장은 본격적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보다 다소 빨랐다. 10~11월에도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란 게 채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일 무역갈등이나 추가경정 처리 난항으로 경기 부양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추가 금리인하가 밀리게 되면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금리인하 배경이 경기 침체다보니 상반기 초호황을 누렸던 채권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상반기에는 우량채나 하이일드 채권 가리지 않고 BBB급조차도 불티나게 팔렸다.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상반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규로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들 중 BBB급 이하가 43%에 육박했다. 통상 BBB급 비중은 한 자리수에 머무는 수준이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비우량채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면서 신용등급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점이 그 이유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신용등급 변화를 정리하면 ‘A급의 독주 VS AA급, BBB급의 후퇴’로 요약된다”라며 “신용등급 방향의 변화가 이에 예민한 자금들의 투자패턴 변화로 이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채권업계 전문가들은 AA급에만 자금이 쏠리고 그 이하 기업들은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한층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불티나게 팔렸던 BBB급 회사채 인기가 이미 급속하게 식고 있는 추세가 나타났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공모채 조달에 나선 한진(BBB+)은 지난 12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올해 대기업 회사채 중 첫 미매각을 겪었다. AJ네트웍스(BBB+)가 16일 진행한 수요 예측에도 600억원 소규모 모집에 겨우 630억원이 모였을 뿐이었다.
특히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항공(BBB+)은 비우량채 수요 급감으로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지난 4월 회사채 3000억원, 5월 영구채 2000억원 발행에 연달아 성공했던 것과 정반대의 분위기다. 내년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단기성 차입금은 4조3690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불과 1조2960억원 수준이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보니 작은 이벤트에도 채권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상반기 채권시장이 매우 우호적인 ‘무풍지대’였던 것이 역설적으로 조그마한 위험에도 '호들갑'을 떨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외국인이 떠난다든가, 유동성이 갑자기 막히는 등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호황의 정점을 찍은 채권시장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고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이라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옥석이 가려지면서 채권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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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