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CJ대한통운에 가장 위협적 존재"란 말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2PL 성장 저해할 수 있단 지적
M/S 확대 타이밍 놓치면 FI 자극…롯데 입장 난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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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 ‘다크호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때 아닌 암초를 만났다. 3자물류(3PL)에 2자물류(2PL)를 결합하면서 ‘업계 톱티어(Top-tier)인 CJ대한통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일본 제품 불매 여파로 2자물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 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중장기적으로 택배업 경쟁이 ‘CJ vs. 롯데’ 2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3자물류 기반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그룹 택배(2자물류)를 주업무로 하는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하면서,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물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을 시장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처음엔 재무적인 부분에서 ‘기대반 걱정반’이던 투자업계에서도 롯데그룹의 물류통합을 두고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시각이다. 택배 부문이 올 들어 적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데다 진행 중인 물류센터 및 메가허브 터미널 구축 등이 완료되면, 사업 효율화 및 흑자 전환 기대감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가진 경쟁사 대비 가장 큰 강점은 3자물류와 2자물류 모두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이 꼽힌다.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은 한진 등과 계약해 택배를 외주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그룹 물량뿐만 아니라 외주 물량 모두를 소화할 수 있어 실적 보완에 용이한 편이다.
현재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3자물류에는 강하지만, 직접 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사를 운영하는 롯데그룹에 비해 2자물류가 약한 편이다. CJ그룹 계열 물량을 CJ대한통운이 소화하고는 있지만, 재계 5위에 그룹 캡티브 물량이 많은 롯데와는 비교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강점인 2자물류 때문에 오히려 성장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눈길을 끈다. 물류 수요가 풍부한 그룹 시너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과 일본발(發) 이슈가 묘하게 맞물리면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다른 국내 유통사들에 비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민감한 상황이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롯데캐논 ▲한국후지필름 등은 롯데가 일본 기업들과 합작하거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들 제품의 판매율 하락은 롯데의 유통 부문뿐만 아니라 2자물류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에서도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아서 자칫 그룹 전체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주홍글씨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발(發) 이슈로 2자물류의 실적 성장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자극할 수 있어 롯데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합병에 따른 가시적인 시장점유율(M/S) 확대가 가능한 타이밍을 놓칠 경우 롯데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물류사 합병을 위해 기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주주인 엘엘에이치(메디치인베스트먼트 사모펀드)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인 바 있다. 롯데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성장 가능성과 시너지를 강조했고 결국 엘엘에이치는 롯데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엘엘에이치는 현재 존속법인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21.87% 보유하고 있다.
당시에는 엘엘에이치가 합병비율 등에 크게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지만, ‘진주’인줄 알았던 2자물류가 수익성을 저해하게 되면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기와 관련된 조정을 포함해 상황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의 4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엘엘에이치)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롯데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합병비율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주주인 엘엘에이치에 호재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이견이 없었을 수 있지만, 합병 후 성과가 롯데그룹의 청사진과 다를 경우엔 FI가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유통 업황이 L자형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2자물류를 붙인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올지는 미지수이긴 하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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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