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은 수년전부터 빠져나오고 있어
남은 건 반도체·흑색가전 정도
미리 준비해야 M&A라도 노려 볼 수 있어
청산절차 들어가면 세무조사에 범죄자 몰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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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제외한 전 산업에서 중국 엑소더스(Exodus)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 일부 산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전 영역에서 중국 철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엑시트(Exit)를 시작했다. 중국 시장은 들어가기 보다 나오기가 어려운 시장으로 통한다. 준비 안된 중국 엑시트는 자칫 범죄자로 몰릴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4월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1공장 가동 중단 전에는 1~3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2000여명을 퇴직시키고 100여 명은 창저우(長洲) 4공장과 충칭(重慶) 5공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중국 진출 후 첫 번째 공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은 사드 보복 이후 급감한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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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는 1공장 중단 후에도 올 2분기 100억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베이징현대는 1공장을 멈추며 130여곳의 1차 협력사들에게 중단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중단할 때 2년치 물량에 대한 합의 등 조정 절차가 있어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날에 대한 불암감은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나가있는 1차 협력사들의 매출의 60~80%를 현대차에 의존하던 상황이다 보니 불안감이 크다”라며 “일부 1차 협력사들은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통 부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그룹은 마트와 백화점에 이어 식품 제조부문도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마트는 2017년부터 철수했으며, 백화점은 톈진(天津) 지점 2곳과 웨이하이(威海) 지점을 우선 정리중이다. 중국 내 6개 공장을 운영중인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는 최대 2~4곳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 뿐 아니라 CJ푸드빌은 중국사업 손실로 중국 뚜레쥬르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으며, 중국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 중국에서 마트사업을 접었다.
IT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백색가전 부문 역시 탈중국 움직임이 활발하다. LG전자는 타이저우(台州) 공장의 프리미엄 냉장고 물량을 국내로 이전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생산 냉장고 10만대가량을 태국 공장으로 이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 현지 기업을 압도할 만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현지 기업들의 내수시장 장악력이 커졌다. 반대로 국내 10대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수는 2년 사이 480개로 쪼그라들었다. 현지 기업을 압도할 만한 경쟁력이 없다면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13억명의 거대한 중국 소비시장만 보고 들어갔다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은 일본 시장 못지 않게 자국 기업 선호도가 강한 나라로 꼽힌다. 자국 기업과 차별화가 없다면 굳이 해외 기업 물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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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산업 전문가는 “중국 내수시장은 일본 못지 않은 갈라파고스 시장이다”라며 “중국 내수 상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산업군은 빠르게 중국 자국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현 상황에선 중국 진출 전략보다 성공적인 중국 엑시트 전략에 관심이 높아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서 엑시트하면서 일본 기업의 중국 엑시트 관련 컨설팅 업무가 봇물을 이뤘다. 철수하는 일본 기업의 산업 분야도 현재 국내 기업이 철수하고 있는 제조 분야다.
미리 중국 시장을 빠져나온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중국 시장 철수를 놓고 ‘1원 매각’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법상 손실이 나더라도 매각가는 단돈 1원이라도 적어야 한다는 데서 유래한 의미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야반도주’가 답이다.
다만 중국 법인 청산 절차가 까다로운 점은 엑시트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한다. 타 국가 대비 엄격한 잣대를 대는 중국 내 해외법인 청산 과정은 특히 세무와 세관 등기 말소 과정에서 문제를 빚는 경우가 많다. 등기 말소 과정에서 세무국이 회사 장부 심사를 통해 세금과 벌금 등을 세밀히 추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 전반을 거치며 청산 절차는 최대 1년까지 지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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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의 중국 엑시트 전문가는 “중국에선 도산법이 엄격하다 보니 청산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라며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세무조사가 필수적이다 보니 이 과정에서 범법자로 몰려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중국 엑시트 과정이 어렵다 보니 컨설팅 업체들은 사실상 전 분야를 망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사-세금-오퍼레이션 등 전 부문에 걸친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엑시트 시점이 돼서 찾아오면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이 꺾인 시점에선 매각은 힘들고, 결국 청산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철수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 진출한지 채 몇 년이 안 돼서 철수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분야라곤 흑색가전(OLED 등)과 반도체뿐이다. 이들마저도 지금 시점부터는 엑시트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회사 매각이 힘들 경우 부동산 매각이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라는 조언이다.
이 전문가는 “반도체 등 우리가 아직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의 업체들도 사업이 잘 될 때 엑시트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철수를 고민하는 업체들은 입지만 좋다면 물류 창고 등으로 쓰일 수 있으니 부동산 매각이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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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