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우스가 대부분인 국내 대행사...안정적 매출 가능하지만
성장 유지를 위해서는 매출 다변화 필요
결국 M&A를 통한 외형 성장 전략 짤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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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고시장이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국내 광고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시장 확대는 한계가 있다 보니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위한 해외사 M&A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기획사 이노션월드와이드(이노션)는 최근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웰컴그룹'(Wellcom Group Limited)을 183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2005년 회사 설립 후 최대 규모 M&A다. 호주에 본사를 둔 웰컴그룹은 미국, 영국 등 전세계 자회사 8곳을 운영중이며, 테스코ㆍ루이비통ㆍ씨티은행 등 글로벌 탑 브랜드 클라이언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웰컴그룹이 북미 시장 영향력이 큰 만큼 이노션 자회사들과 북미 시장에서 시너지를 노린 인수로 평가받는다.
이노션은 지난해 기아차 미국법인 크리에이티브를 대행하던 미국 광고업체 데이빗&골리앗 (David & Goliath LLC) 지분 100%를 793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2015년엔 미국 호라이즌 미디어(Horizon Media)와 함께 합자회사인 '캔버스월드와이드'(CWW)를 설립, 미국 내 현대ㆍ기아차 미디어 대행과 신규 광고주 발굴을 해오기도 했다.
◆해외 M&A 확대는 이미 대세…삼성전자ㆍ현대차 해외 일감 받아
이미 국내 주요 광고기획사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지 오래다. 해외 M&A 트랜드의 원조격은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으로, 지난 2008년 영국 광고사 BMB 인수를 시작으로 10년건 10건이 넘는 해외 광고사 인수로 몸집을 늘렸다. 최근 이노션의 활발한 해외 움직임도 이런 제일기획의 선례를 적용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사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각각 삼성전자, 현대차라는 계열 광고주 중심의 안정적인 매출 유지가 가능한 회사들이다. 또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이노션은 오너 일가인 정성이 고문이 지배하고 있어 계열 광고주가 이탈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이들 회사는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일감 증가 수혜로 빠르게 성장했다.
제일기획이 인수한 해외 계열사들 대부분은 삼성전자 등의 해외 대행에 필요한 디지털과 리테일 회사들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광고실적이 부진할 때 해외 계열사를 통해 실적을 만회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이노션의 경우, 국내 본사는 이번 2분기(288억원)와 상반기(536억원) 각각 전년동기 대비 22.7%·16.3% 감소한 매출총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미주시장에선 각각 694억원(+28.8%)·1354억원(+21.4%)을 기록했다. 2분기 유럽에서도 143억원(+14.3%), 중국에서 28억원(+23.5%)으로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
해외 부문 성장으로 이노션 매출총이익에서 해외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1%에서 올해 상반기 77%까지 늘었다. 미주 비중은 57%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국내 본사의 매출총이익 기여도는 5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으나 해외는 1844억원으로 16.8% 올랐다.
마찬가지로 제일기획도 매출총이익 중 해외 법인 및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달한다.
◆내수침체ㆍ줄어드는 마케팅비용 고민…해외 나가더라도 비계열 물량 늘여야
삼성전자나 현대ㆍ기아차의 해외 일감 확대라는 요인 이외에도 광고기획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또 있다. 국내 광고산업 전반이 성장률 저하를 겪는데다 새 일감 찾기도 어려워진 탓이다.
당장 광고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기존 회사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내수침체와 함께 주요 대기업들의 '마케팅비 절감'이 광고업계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부문이 마케팅 비용이다보니 기획사들로서도 새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전같으면 당연히 소형사들만 참여할 기업(광고주)의 경쟁PT에 최근엔 제일기획 같은 대형사들까지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최근 주요 회사들의 성장률도 크게 떨어졌다. 취급고 5조4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국내 1위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의 전년대비 국내 성장률은 '0%'를 기록했다. 업계 3위인 LG그룹 계열 HS애드의 성장률은 2%, 4위인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도 불과 1%의 성장률을 보였다.
결국 새 일감을 찾지 않는 이상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해외 M&A를 계속 단행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일기획의 경우 M&A를 할 만한 기업을 계속해서 ‘탐색 중’이라고 전해진다. 2018년 지난해 기준 현금성자산과 자사주를 합쳐 9604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해 여력도 있다. 동시에 해외에서 중복되는 지역의 법인을 통합하는 등 비용 절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해외 M&A만으로 새 일감 확보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계열사'가 주는 광고물량을 제외하고, 외부 고객들이 제공하는 '비계열 물량 증가'가 동시에 담보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도 그룹 계열사 일감 의존도(비중)가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까지 이르고 외부고객 유치는 높지 않다. 높은 계열사 의존도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하면 광고비가 줄어 제일기획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 미디어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국내 광고 시장은 저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광고대행사들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노션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결국 광고회사들은 M&A 등으로 외형을 불려가는 전략을 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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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6일 14: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