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부문 적자 속 '일본·탈세' 리스크…주가 관리 벅차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 유력하지만 '타이밍'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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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지 곧 2년을 맞이하지만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의 법인 지분 양수와 관련해 감감무소식이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관련 법인들을 해당 계열사로 양도할 것이는 뜻을 내비친 바 있지만, 롯데지주와 롯데칠성 모두 꺼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해당 법인들의 수익성이 꺾이면서 롯데칠성에 다시 붙이기도, 롯데지주에 그냥 두기도 모두 ‘마이너스’라 그룹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는 지적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8월 6일자로 인도법인을 지주로부터 양수하면, 주요 자회사 대부분을 찾아오는 상황이다. 베트남과 중국 법인 롯데제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인도법인을 되찾으면서 지주로 이전됐던 주요 해외 건과사 지분은 대부분 롯데제과 소속으로 변경된 셈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롯데칠성은 상황이 다르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한동안 관련 법인을 되찾아 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산이 분할되면서 재무여력이 감소한 데다, 주류 부문이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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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최근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국민주(株) 반열에 오르면서, 시장에선 롯데칠성의 주류 점유율(M/S)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롯데칠성에 대한 컨센서스 눈높이를 낮추는 것을 고민하는 분위기라, 법인 양수 여력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분위기 속 롯데칠성이 성장세가 꺾인 법인들을 가져오는 것을 더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만 해도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이 해외법인보다는 충북소주와 씨에이치음료, 엠제이에이와인, 백학음료 등의 국내법인 지분 양수를 우선할 것으로 점쳐왔다. 하지만 해당 계열사가 롯데칠성의 실적을 견인할 여지가 낮아 롯데칠성 입장에선 ‘혹’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씨에이치음료의 경우 아이시스 시리즈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수 등을 생산하면서 한 때 롯데칠성의 ‘알짜’ 계열사로 불렸지만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며 “씨에이치음료와 마찬가지로 생수를 제조하는 백학음료도 사정이 비슷하며, 엠제이에이와인과 충북소주 사정은 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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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입장에서도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계열사를 100% 완전 자회사로 가지고 있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선 결국 롯데칠성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관련 법인 지분 양수가 이뤄질 수밖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칠성이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롯데제과처럼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롯데칠성이 유상증자할 때 롯데지주가 제3자로 참여해서 자금 숨통을 트여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주력사업이 아니라 이런 방식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발(發) 리스크에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반년 넘게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 롯데칠성의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에 ‘악재’인 법인 양수 타이밍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롯데지주가 완전자회사 형태로 가지고 있을 만한 법인들도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롯데칠성의 지분 양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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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