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으로 신용평가에도 지장 있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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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 평가 시즌이 입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였다”
최근 신용평가사 연구원 사이에서 일손 부족으로 업무 부담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중소기업에 채권담보부증권(CBO)를 발행해주는 것에 대한 심사를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두 곳이 맡게 됐다. 문제는 중소기업 평가가 정기평가 시즌과 겹쳤다는 점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정기 평가 시즌은 본업만으로도 업무가 과중하다”라며 “중진공 CBO 심사는 수수료도 많이 못 받고 대부분 신규평가라서 분석하는 시간이나 강도가 셌다”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중진공 수주에도 참여를 못했다고 전해진다.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신평은 올해 들어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애널리스트 경력 채용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원자의 숫자가 과거에 비해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회계법인 업무가 걱정될 만큼 많은 수의 회계사가 신평사에 지원을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신평 측은 "인력 문제가 아니라 수수료가 너무 낮기 때문에 중진공 1차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을뿐 2차부터는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의 인력 유출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해 NICE신평의 허리라고 부를 수 있는 30대 애널리스트 수 명이 퇴사를 하는 등 신평업계 인력 이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새 외감법 덕에 회계법인의 회계사 인력에 대한 처우가 대폭 개선됐다. 이전에는 회계법인에서 신평사로 인력 이동이 있었다면 요즘은 다시 회계법인으로 ‘리턴’하고 있는 추세다.
신용평가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사태 이후로 신용도를 평가할 때 리스크는 커진 반면, 여전히 기업들 눈치도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등급을 내렸다가 기업의 자금 조달 길을 막아버릴 수 있고, 그렇다고 등급을 내리지 않고 있다가 자칫하면 위험을 전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연구원은 “외국계 회사의 고용 유연성이라는 단점과 한국 회사의 보수성이라는 단점이 합쳐진 점이 불만이다”라며 “외국계 대주주들이 배당을 통해 지나치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도 힘을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여러 불만이 복합적으로 쌓이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여겨졌던 신평사를 떠나 기업, 은행,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등 중장기적인 인사이트를 가진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일례로 에이스로 꼽혔던 류종하 한신평 연구원은 지난 달 한국투자증권 시니어 매니저로 이직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신평사 내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한 사람당 주어진 임무가 너무 많아졌다”라며 “사람이 AI가 아닌데 업무가 너무 많으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평가를 꼼꼼히 하기 어렵고 자칫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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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1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