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큰 CPI 경쟁 중에 PI 매각 추진
“신기술 놔두고 범용기술만 시장에 매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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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코오롱PI 매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C와 코오롱은 부가가치가 높은 투명 폴리이미드(CPI)에서 각자 경쟁하고 있는데, 폴리이미드(PI) 사업은 변동성이 크고 매력도도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알짜에 집중하기 위해 중요성이 줄어든 합작사를 가치가 높을 때 정리하려는 것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삼아 합작사 SKC코오롱PI(양사 지분율 각각 27.03%)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를 중심으로 투자설명서(IM)가 배포 중이며 내달 예비입찰이 치러질 전망이다.
SKC코오롱PI는 2008년 PI필름 개발을 위해 두 회사가 합작 설립한 회사다. PI필름은 극저온과 극고온에서 활용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유연성도 높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FPCB(연성회로기판),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빼주는 방열시트(인조 Graphite Sheet) 등에 쓰인다.
SKC코오롱PI는 세계 PI필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가 됐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밝기만한 것은 아니다.
PI필름 자체가 이미 유망 산업이 아니란 시선이 있다.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며 활용도를 넓혀 가고 있지만 범용 기술이 된 지 오래란 평가다. PI필름은 이미 1960년대에 개발된 소재다. 일본 도레이와 카네카 미국 듀폰, 대만 타이마이드 등 기술 수준이 비슷한 글로벌 경쟁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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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회사는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 갔지만 올해 들어선 뒷걸음질칠 가능성이 커졌다. 핵심 수요처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량이 줄자, 그에 들어가는 PI필름 수요가 줄고 제품 가격도 떨어졌다.
주요 원매자로 거론되는 대형 PEF들이 회사를 잘 꾸려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의견도 있다. 기술 기반 소재 산업은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익성이 최우선인 PEF가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SKC코오롱PI의 주가는 작년엔 5만원을 넘어 고공행진했지만 올해는 3만원을 전후로 횡보하고 있다. 더 올라갈 여지가 없다면 두 회사 입장에선 그마나 가치가 있을 때 합작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에 달하는데 다른 소재기업들이 15배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국제 정세도 고려해야 한다. 주요 국가들의 경제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기업들이 실적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PI필름의 주 수요처인 모바일,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모두 분쟁 때마다 주목을 받는 산업들이다.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속수무책으로 실적 악화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소재 산업에 공을 들이는 중국이 PI 시장까지 눈독을 들이면 매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IT 담당 연구원은 “PI필름은 사실상 범용 기술이 되었다고 봐야 하고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도 굳이 가져갈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현금흐름도 고점을 쳤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CPI는 PI보다 부가가치가 더 높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내부 기판에는 불투명한 PI를 쓰지만 표면에는 투명한 CPI를 쓴다. 기술이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기술을 가진 곳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LG화학, 일본 스미토모 등 손에 꼽힌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엔 스미토모가 CPI를 공급한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입장에서는 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각각 독자적으로 CPI를 개발하고 특허를 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한 발 앞서 지난해 양산 설비를 완비했고, SKC는 2017년부터 설비를 짓기 시작해 올해 양산 채비를 갖출 계획이다.
PI와 CPI가 공정이 비슷하다지만 SKC코오롱PI에서 두 주주회사에 물량을 납품하거나 기술을 제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SKC코오롱PI가 떨어져 나가도 CPI 사업엔 영향이 없을 것이란 평가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다음 세대 기술인 CPI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 필요가 없어진 PI사업을 파는 것으로 본다”며 “산업 자체는 관심이 가지만 PEF에 비싸게 팔려는 전략이라면 말려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 매력도를 떠나 PI 자체의 사업성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고객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얼마나 확장성을 보일 수 있을 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내부에 쓰이는 PI의 중요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웨어러블 기기 확산 등 호재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다.
몇몇 M&A 자문사들이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일부 인수후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SKC코오롱PI 매각에 대해 “검토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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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