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회계기준 변경…손익구조 훼손 및 악성계약 우려
리츠 구성 자산의 다양성 떨어져…S&LB '최선'이란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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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세일앤드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대) 카드를 꺼냈다. 유통업계에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활용이 확대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선택이다. 증권업계에선 대체로 우려의 시각이다. 중장기적으로 손익구조가 훼손될 수 있어 ‘단기적인 안목의 판단’이란 지적이다. 반면 이마트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애초에 리츠가 선택지에 포함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손익구조 훼손 우려…이마트 자산 매력 고려하면 S&LB ‘최선’
이마트는 자산효율화 및 재무건정성 제고를 목적으로 현재 세일앤드리스백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는 그간 다양한 자산유동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리츠 설립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단기간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세일앤드리스백의 원론적인 이점을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결정을 두고 단기적인 안목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새 회계기준(IFRS16; 기업회계기준서 제 1116호)과 관련이 있다.
올해 도입된 IFRS16의 핵심 내용은 회사 운용리스 내용 전부를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임차를 많이 할수록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롯데를 포함한 다른 유통사들이 리츠 상장을 마쳤거나 준비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일앤드리스백을 하면 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보유 부동산의 감소로 재산세(보유세)가 줄어드는 데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리스 부채 부담(임차료 증가)으로 손익구조가 훼손될 수 있어 시장에서는 중장기 관점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세일앤드리스백의 계약기간은 10년 이상으로 장기 형태다. 이렇게 되면 폐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만드는 악성 계약이 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조달 금리가 2%대인 상황이지만 매장을 매입하는 펀드엔 그보다 높은 4~5%대 수익률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마트 입장에서는 손익 부담이 커지게 되는 셈”이라며 “2014년 롯데쇼핑이 자산유동화를 위해 백화점 4곳과 마트 8곳을 세일앤드리스백 했고, 이를 위한 지급임차료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세일앤드리스백의 효과에 대한 우려로 이마트의 결정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애초에 이마트의 선택지에 ‘리츠’가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마트가 보유한 매장의 가치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세일앤드리스백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 다양한 구성 자산을 리츠에 담을 수 있는 반면 이마트가 보유한 매장은 마트 정도로 국한된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기준 대형마트 139개를 운영 중인데 이 중 115개는 직접 소유하고 있다. 이마트가 매장 소유비율은 높지만 리츠에 담을 구성 자산이 성장성이 급격히 떨어진 대형마트에 국한된 점은 한계다.
신세계그룹이 롯데그룹처럼 지주회사가 아닌 점도 리츠 자산 구성에 제한적이다. 신세계그룹이 2011년 5월1일자로 신세계에서 이마트를 인적분할한 이후,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 사업부문을 경영하고 있다. 이마트가 자산유동화를 위해 신세계백화점 매장 등을 리츠에 담게 할 당위성이 떨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마트로만 리츠를 구성했던 홈플러스의 실패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마트 입장에서 ‘자산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세일앤드리스백의 한계점을 회사 측에서도 모를 리가 없을텐데, 리츠 대신 선택을 했다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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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 땅’ 소유 신세계…리츠에 담으면 오히려 손해?
신세계는 이마트와 달리 자산유동화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자 책임경영 체제에 돌입한 후 신세계는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세계의 올 2분기 실적은 재산세의 큰 폭 상승과 까사미아 부진 등으로 기대치를 하회했으나 3분기의 면세점 및 백화점 영업상황이 견조하고, 하반기에는 전년 신규면세점 출점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어 실적 모멘텀이 기대된다는 게 증권사들의 평가다. 본업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마트와 차이가 있다.
또한 신세계가 소유한 매장 수는 이마트의 대형마트 매장 수에 비해 현저히 적다. 올 상반기 기준 전국의 신세계백화점은 총 12곳이다. 10개 남짓의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 입장에서 자산유동화를 할 이유가 없다.
특히 ‘노른자 땅’을 보유한 신세계가 리츠에 보유 자산을 담아야 할 만한 당위성은 더 떨어진다. 신세계와 자회사가 보유한 서울 및 광역시 소재 백화점 매장은 ▲명동본점 ▲강남점 ▲영등포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등이다. 강남점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장부가액만으로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대구점과 센텀시티점도 각각 7000억원대와 6000억원대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백화점과 면세점 등 모든 부문이 크게 이상이 없고 경쟁력 또한 유효한 상황”이라며 “신세계 입장에서는 자산유동화를 급하게 진행할 요인이 없는데 이마트와 함께 리츠를 설립해서 자산을 담는다면 신세계 주주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기대감이 유효한 신세계와 달리 이마트는 본업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이 해를 거듭할 수록 확대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이마트의 유동부채는 5조816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3조9851억원) 대비 2조원가량 늘었다. 반면 유동자산은 3조4281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96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트가 계획대로 이번 자산유동화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가 점포를 매각해 현금 자산을 마련하더라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지만, 이마저도 안 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온라인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실탄 소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사상 최저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에 놓인 만큼, 이마트는 이를 방어하는 게 급선무인 동시에 유동성 확충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세일앤드리스백은 이마트가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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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