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수급 조절 통해 가격 하락 제한 기대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상승으로 국내 업체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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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이 뒷걸음질치는 사이 중국 철강산업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바오우철강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곧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설 예정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내 철강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중국 철강산업 개편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 철강사들의 경쟁력이 발돋움해 국내 철강사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견제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바오우철강과 마강집단이 합병했다. 중국 중앙정부 명령으로 지방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마강집단 지분 51%를 무상으로 바오우철강에 넘기는 방식이라고 전해진다. 바오우철강은 2016년 중국 내 2위 바오철강과 6위 우한철강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연간 생산량이 6743만톤에 달하는 세계 2위 철강업체다. 1964만톤을 생산하는 마강집단과 합병하게 돼, 이제 바오우철강은 매년 8707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바오우철강의 M&A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더룽 바오우철강 회장은 충칭강철과 합병을 곧 정식으로 추진해 내년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충칭강철과 합병이 완료되면 바오우철강은 연간 생산량이 1억톤을 넘겨 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을 추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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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세계 4위 허베이강철그룹과 서우두강철의 합병, 세계 7위 안산강철그룹과 번시강철의 합병도 논의 중에 있다. 대규모 합병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은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정부 주도의 국영 철강업체 통합 차원에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6년부터 3년간 이어진 중국의 철강산업 개편은 바오우철강 합병 외에는 M&A라기보다 설비 폐쇄와 환경 이슈가 맞물려져 이뤄졌다. 중국에서도 환경오염이 이슈이다 보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중소형사들은 정리 대상이 됐다. 난립하는 중소형 철강사가 생산하던 제품을 대형철강사가 대신 생산하다보니 품질이 좋아졌고 중국 철강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올라섰다는 평가다.
철강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M&A가 굉장히 빠른데 정부가 서로 다른 기업을 합치라고 명령하면 6개월이면 모든 게 종료된다”라며 “외신에서 중국정부가 철강산업 M&A 방안을 위한 방침을 연내에 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한만큼 순식간에 중국 철강산업 개편이 완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세계 1위 철강사가 탄생하는 것이 국내 철강사에 미치는 영향 평가는 엇갈렸다.
단기적으로 철강가격 하락세를 진정시켜 국내 철강사들이 반길만한 호재라는 시각이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합병 과정에서 노후 설비를 없애고 있다. 또 합병을 통해 큰 회사가 나오면 철강사들의 가격협상력이 올라가게 된다. 상위 업체 집중도가 높아져 중국 정부의 수급 균형 통제력이 강화되고 중국내수 가격 하락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큰 철강사가 나타나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가격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하기엔 멀었다는 시각이 있다. 세계 2위인 바오우철강도 중국 전체 철강산업 점유율의 1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 주도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정부는 철강산업 집중도 향상을 위해 상위 10대 철강사의 생산점유율을 37%에서 2022년에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같은 아시아 역내에 위치한 한국 철강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은 4000만톤가량으로 고부가가치 철강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일본제철과 기술력이 대등해졌듯이 중국업체들도 포스코 기술력을 턱끝까지 쫓아왔다”라며 “산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 업체들 위주로 중국 철강산업이 재편되면 한국 철강 기술력을 따라잡는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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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