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본업 집중 생각 달라
사업다각화 노력에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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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철강사들의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 막이 올랐다. 70년대 중반생이 주축을 이룬 3세 경영인들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 경기 악화로 인한 철강가격 급락 등 녹록지 않은 과제들에 당면했다. 본업인 철강업보다는 다른 사업분야로 관심을 넓히는 모습도 보인다. 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아연 3세인 최윤범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 사장은 호주 선메탈홀딩스(Sun Metals Holdings)를 거점으로 경영 성과를 만들며 본업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는 평가다.
최윤범 사장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호주 전기요금이 50~70%가량 오르자 2016년 14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536억원을 지원해줬다. 호주에서의 성과에 따라 최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는 올해 초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세아베스틸 주주총회에서 삼촌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세아그룹은 이태성 대표가 이끄는 세아홀딩스와 동갑내기 사촌인 이주성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오른 세아제강으로 나뉘어 독립경영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태성 대표는 투자, M&A 등 본업 외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지분 99%를 갖고 있는 HPP를 통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미국 외식기업 프로그레시브 레스토랑 ▲디지털 솔루션 업체 55파운드리 ▲경영 컨설팅 회사 테라아크(현재 지분 전량 매각) ▲라이프 스타일 잡지 킨포크 ▲스테인리스강관 제조사 씨티씨(세아창원특수강 자회사에 사업 양도) 등이 투자대상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철강업계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서기 위한 탐색 차원에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철강 업황이 꺾이고 있고 세아그룹 실적도 좋지 않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세아베스틸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세아베스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9.1%, 54.2% 감소했다. HPP가 '옥상옥'이라는 지적, 투자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세아베스틸 담당 애널리스트는 “세아베스틸이 주도하던 국내 특수강 시장에 2017년 하반기부터 현대제철이 뛰어들면서 ‘골목상권’이 침해당했다”라며 “회사가 원가 절감이나 수요처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한 만큼 지금은 사업다각화보다는 본업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이태성 대표의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은 올해 3월부터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이 부사장은 7월 내내 지분을 매입하며 지분을 20%가량 확보했다. 글로벌 생산·판매 채널을 다각화해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아제강 역시 미국 관세 영향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한국산 송유관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연례재심에서 세아제강에 22.7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철강사 3세 경영인 중 본업 외 투자를 하다가 먼저 쓴맛을 본 이도 있다. 2014년에 취임한 오치훈 대한제강 대표는 광케이블 회사 유나이브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수혈까지 단행했다. 지난 7월 대한제강은 결국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나이브 지분 전체를 매각하기로 하고 14억7700만원을 종속기업투자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3세들의 경영자 역량이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다 보니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철강업계 투자자 사이에서는 3세 경영인들의 갑질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 일례로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운전기사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며 회사 전반에 피해를 입혔다. 지난 2015년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선 동국제강 4세 장선익 이사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마침 세대 교체 시기가 겹쳤고 경영자로서 이들의 성향이나 역량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라며 “특히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오너 경영인들은 투자자들의 불만과 영향력이 예전과 달리 한층 커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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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5일 09: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