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명분 둔 우려…대주주 '매각가 높이기'로 비칠수도
넥슨 노조 장외집회 돌입 "고용 보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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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게임업계는 물론 M&A시장을 뒤흔든 넥슨 매각은 김정주 의장의 변심으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넥슨은 개발중인 주요 프로젝트들의 중단을 알리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외부 영입을 마치는 등 매각 무산 이후 분위기 쇄신에 돌입했다.
다만 노동조합이 '고용불안'을 이유로 공식적인 항의 집회에 돌입하는 등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강조하지만, 직원들의 체감은 다소 다르다. 특히 회사를 수술대에 올린 시점이 대주주의 매각 시도가 무산된 직후인 탓에 뚜렷한 명분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김정주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넥슨 매각을 결정(지주사 NXC 지분 98.64%)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알려진대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치뱅크(이후 UBS)와 모건스탠리 뉴욕 지점 등이 매각 작업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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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초반만 하더라도 김정주 회장의 매각 의사 자체는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거래 극초반부터 매각 이후 세금을 가장 줄이는 방안을 중점에 두고 컨설팅을 받아온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매각 대상을 일본 내 넥슨 제팬으로 해 일본에 세금을 낼지, 국내에 있는 지주사 NXC로 할지 등도 중요한 결정 사안이었다. 국내 법인 매각으로 최종 결정한 점도 거래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사이에선 김 회장이 지인들에게 “국내에선 이미 할 만큼 다 했다”며 매각 의지가 굳은 점을 드러낸 사례도 회자됐다. 김 회장은 과거 NXC를 통해 코빗·비트스탬프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이후, 해당 경영진에게 사재를 일부 운용해줄 수 있냐는 의사를 물었을 만큼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넥슨을 통해 게임사업을 운영하기보다 직접 신사업에 투자해 다른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데 더 주력했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 배경이다.
매각 측과 인수후보들은 약 반 년간 줄다리기 협상을 벌여왔다. 협상 끝에 넷마블, MBK파트너스, 카카오 3곳이 마지막까지 가격 경쟁을 벌였다. M&A업계에선 인수 후보 중 넷마블이 가장 높은 가격인 약 8조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회장 측이 좀 더 가격을 올릴 것을 제안했지만 인수 후보들이 난색을 보이며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후보에 거래 무산을 알린 이후에도 나머지 후보와 협상을 지속했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거래 무산 사유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다보니 사내외에선 여러설이 오가고 있다. 제시한 가격의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후보가 김 회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막바지 넥슨의 임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등 어디까지나 김정주 회장 개인만이 사유를 알 수 있는 사안들이다.
물론 NXC가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김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만큼 어디까지나 대주주의 ‘포트폴리오 교체’를 비난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회사 매각과 관련한 임직원들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일때는 물론, 무산으로 알려진 이후에도 회사에선 어떠한 언급도 없었고 (우리도) 언론 기사를 통해 분위기를 알았다"라며 "실패든 성공이든 매각가가 얼마든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우리한테 아무 말도 없었던 게 제일 큰 상처다. 우리는 왜 파는지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NXC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비밀보장계약(NDA)을 맺은 만큼 우리도 매각 관련 공식 발언을 할 경우 법적 제재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공식적이진 않지만 넥슨 사업부 차원에선 직원들에게 일부 안내는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넥슨코리아에선 "넥슨코리아 지분이 아닌 지주사 NXC 지분매각이다보니 우리도 아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갑작스레 공개된 넥슨코리아의 허민 대표 개인회사로의 투자 및 고문 영입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오간다. 넥슨코리아는 9일 약 3500억원을 신주발행 형태로 투입,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 지분 11.1%를 확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더홀딩스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게임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코리아 투자 이전까지 허민 대표가 지분 전체를 들고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넥슨코리아 측은 허 대표가 내부 직책을 맡는 대신 사업 조언을 맡는 고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선 게임개발 및 조직개편 등 실직적인 업무에 관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매각 무산 이후 작업을 진두지휘한 박지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등이 갑작스럽게 사임하고 허 대표의 초빙설이 등장했기 때문에 공백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여전히 허 대표의 영입과 향후 회사 매각을 연계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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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대로 허민 대표는 지난 2008년 김정주 회장에 ‘던전앤파이터’를 운영해온 네오플을 약 3800억원에 매각해 막대한 현금을 쥐었다. 이후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내 사실상 유일한 현금창출원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금의 기업가치를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이 때문에 투자 회수 이후에도 김정주 회장과 허민 대표간 사이는 끈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대표도 매각 이후 투자조직인 원더홀딩스 및 야구단 운영 등 나서는 등 독특한 행보를 걸었다. 원더홀딩스 내에서도 게임사 원더피플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던전앤파이터 만큼 큰 성과를 보진 못했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사 매각 결정 이전부터 김정주 회장이 허민 전 대표 영입을 위해 접촉했는데, 허 대표는 매각 시점에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공식 영입이 늦어진 것으로 안다”며 “허 대표는 좀 더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파는 게 어떻겠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 측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체제엔 변화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사내외의 급변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 입장에선 알지 못하는 이유로 회사가 매물로 나왔고, 또 명확한 사유도 모른 채 매각이 중단됐다. 이후 '조직쇄신'이라는 명분 하에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정주 회장이 매각 무산 이후 공식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다보니 회사의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소통 부재가 지속할 경우 회사차원에서 꾀하는 내부 개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회장이 직접 나서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대주주가 차후 매각에는 2조원을 더해 '10조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임직원이 협조하자"는 논리로 변질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장외집회에 돌입한 노조(스타팅포인트)를 설득해 합의를 찾는 점이 가장 시급한 숙제로 남았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내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면접을 새로 봐야하는데, 여기서 탈락하면 어떤일을 할지 통보가 안 되고 사측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라며 "노동조합은 노동권이 침해받지 않는 한 '조직 쇄신' 등 경영권도 침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불안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요소임에도 합의도 없이 (사측이)따라오라는 식으로 나서다보니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슨 측은 "순조로운 전환 배치와 함께 그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전혀 없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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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