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투자 고심해온 위메프...결국 김정주 또다시 구원투수로
위메프 기업가치 약 3조원대 거론...업계 설왕설래
거래규모 앞서는 11번가보다 기업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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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가 허민 대표가 이끄는 원더홀딩스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소셜커머스의 기업가치 평가 문제가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원더홀딩스의 기업가치 대부분을 자회사 위메프가 차지하는데, 투자 과정에서 회사 기업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위메프의 거래량이 5조원을 넘는 수준인 점을 반영했다는 의견이 있지만, 같은 거래량 지표 측면에서 앞서있는 11번가에 비해서도 약 1조원가량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유통업계에 "소셜커머스 기업가치는 정말 알 수 없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지난 9일, 넥슨코리아는 원더홀딩스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해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지분 11.1%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더홀딩스의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원더홀딩스는 자회사로 게임개발사인 원더피플과 에이스톰,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87%) 등을 보유하고 있다.
원더홀딩스와 자회사들 모두 비상장기업으로 정확한 기업가치 파악은 어렵다. 관련업계는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위메프가 이번 투자금액 설정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의 게임 담당 연구원은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은 게임업계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작은 회사로, 원더홀딩스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팡과 위메프를 비롯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계속 있어왔다. 통상 상장기업의 기업가치(EV)는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부채총계에서 보유 현금을 뺀 값)을 더하는 식이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는 대부분 비상장기업인 데다 적자기업인 탓에 이 같은 방식이 어려워 보통 거래금액 규모(GMV)가 기업가치 기준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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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금액 규모에 따른 산정 방식도 한계가 있다. 업계 내 가장 몸값이 비싼 쿠팡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7조원가량인 점을 고려해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거래액 기준 약 1.42배 수준의 기업가치가 책정된 셈이다. 반면 SK텔레콤의 11번가는 지난해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는 과정에서 약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거래액이 당시 9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0.24배 수준에 그쳤다.
위메프는 지난해 거래액이 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의 배수를 대입할 경우 기업가치가 7조원, 11번가의 사례를 대입하면 1조원 남짓으로 책정된다.
일각에선 쿠팡은 투자금 대부분을 당일배송 등 물류 서비스를 위한 배송센터 등에 투자로 소모해온 만큼 다른 플랫폼과는 책정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11번가의 거래액 배수가 좀 더 현실적인 지표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위메프의 경우 자본잠식 등의 문제로 직매입 서비스 비중을 점차 줄이고 사실상 중개 업체로 사업을 꾸려 11번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설립 이후부터 막대한 부채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지만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기존 유통업계에선 소셜커머스 시장을 점점 알 수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중 유일한 상장기업인 인터파크의 거래액 대비 상장주식 시가총액 비율은 0.1배 수준이었지만 쿠팡은 작년 1.4배, 11번가는 0.24배로 계산된다"며 "비상장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 너무 거품이 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메프보다 규모가 큰 11번가도 작년 약 2.5조원대 밸류에이션을 받았는데 위메프가 3조원대까지 거론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위메프의 굵직한 투자건이 모두 김정주 NXC 대표 덕분에 성사된 점도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원더홀딩스의 허민 대표가 김정주 대표와 막역한 사이라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정주 대표는 NXC를 통해 2015년에도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투자로 위메프 기업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위메프도 김정주 회장의 첫 투자 이후 꾸준히 외부자금 유치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쿠팡과 티몬 등 경쟁사들이 꾸준히 외부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위메프도 글로벌 사모펀드(PE) 칼라일 출신 인사를 영입해 공을 들였지만 부서간 갈등만 심화됐다는 게 내부 평가다. 결국 아무런 실적없이 김정주 회장에 손을 다시 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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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