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시장 확대에도 증권사 실익 기여 낮아
증권사 역할 줄어드는 만큼 리스크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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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데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의 ‘수혜’로는 직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운용사가 발행사와 직접 접촉해서 메자닌 발행의 실무를 맡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게 이유다. 주식자본시장(ECM) 담당 인력이 투자자문사와 자산운용사 등으로 이직하면서, 이들이 자체 메자닌 발굴 능력을 갖추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리스크 괸리 측면에선 자문사와 운용사의 한계가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메자닌 발행잔액 규모는 코스닥 벤처펀드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새 급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 메자닌 발행잔액은 18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말 기준 6조원에 못 미쳤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16조원)과 비교해도 메자닌 시장의 빠른 팽창을 짐작케 한다.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참여하는 플레이어도 많아지고, 발행 방식의 변화도 감지된다. 기존에는 증권사들이 발행사를 발굴 및 접촉하고, 발행 대상이 될 만한 자문사와 운용사를 찾아가서 연결해주는 형식이었다. 메자닌 발굴이 한때는 증권사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셈이다. 운용사 역시 직접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보다 증권사 IB들이 확보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더 안전하고 빠르다고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좋은 메자닌 물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문·운용사들이 직접 발행사 발굴에 나서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발행 대상자명이 투자조합 등으로 표기되는 등 기업들이 직접 메자닌을 발행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와 기업명을 직접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사모 메자닌 발행에서 증권사를 거치지 않는 사례들이 지난해 말부터 더욱 눈에 띄는 상황이라, 시장은 팽창하더라도 증권사의 ‘실익(實益)’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발행규모가 작은 CB 등은 발행사나 해당 물건을 받는 운용사가 직접 발행하기도 했었지만, 올 들어 그 규모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메자닌 ‘직접발행’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증권사 ECM 부문의 인력 유출도 꼽힌다. 메자닌 인수 등의 담당 인력들이 자문·운용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증권사에서 다른 증권사로 IB 인력들이 이동했다면, 요즘에는 회계법인에서 증권사로, 증권사에서 운용사 또는 벤처캐피탈(VC)로 업계를 옮기는 게 추세다.
자문·운용사 업계에서 메자닌 발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스카우트 하는 게 증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기업공개(IPO) 담당 인력을 자문·운용사가 선호하는 현상 역시 메자닌 투자처 발굴 역량과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IPO를 통해 인연을 맺은 고객사들이 메자닌을 발행할 때, 해당 IB 출신들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ECM 업무를 담당했던 임원 등이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로 이직을 하더라도 메자닌 시장은 사모발행이 주류여서 시장투명성이 낮다는 지적도 많고,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증권사는 심사팀이라는 자체적인 자원을 활용하고 이를 거치지만 발행기업이 직접 운용사 등을 통해 발행되면 해당 펀드에 돈을 담은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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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1일 16:4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