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스원·HDC아이콘트롤스 기반해 PER '15배'
중소 부동산 '틈새' 겨냥…GS건설과의 전략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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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계열 자이S&D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GS그룹 전체로 보면 GS리테일 이후 약 8년만의 상장으로, 최근 '중소형 아파트 디벨로퍼'를 꿈꾸며 모회사인 GS건설보다 시장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곳이다.
그러나 이번 상장 과정에서 자이S&D는 디벨로퍼보다는 건축물의 IT시스템을 서비스하는 '정보통신 사업체'를 정체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공모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침체한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공모 흥행 여부에 물음표가 찍힌다는 지적이다.
자이S&D는 이번 상장 공모를 통해 최대 450억여원의 현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다음달 21부터 22일 양일 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공모주 청약은 같은 달 28일~29일 진행되며, 최종 상장 시기는 11월 초로 예정된 상태다. 과거 GS리테일 상장에 참여한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을 맡았다.
주당 공모희망밴드는 4200~52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당초 시장 전망보다 높은 16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주가수익비율(PER) 14~15배 수준이다.
자이S&D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삼성의 보안시스템 기업 에스원, 현대산업개발의 스마트홈 서비스 자회사인 HDC아이콘트롤스 등 건축물 IT서비스 유관 사업체를 동종기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공모 무산’ 사태를 겪은 동종계열 HDC아이서비스는 건물관리업 등의 부문 사업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선정에서는 제외됐다. 부동산 개발업이 주요사업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SK D&D는 부동산 개발사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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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산정 PER은 올해 반기 실적을 1년간의 예상치로 환산해서 봤을때 에스원이 22.86배, HDC아이콘트롤스가 10.17배 수준이다. 특히 에스원의 경우, 지난해 기준 PER이 36.24배에 달하기도 했다. 공시상 기재된 경쟁사들의 주요 사업군은 보안시스템, 스마트홈 시스템 등으로 분류돼있다.
올 상반기 기준 자이S&D의 매출 구성은 정보통신사업이 39%, 빌딩유지관리 등 PM사업이 36%, 정비사업을 포함한 기타 건축 공사업이 25%를 기록하고 있다. 공모가 산정에서 참고한 '동종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경비업체'를 가장 유사한 회사로 꼽은 것이다.
개발사업 유관 부문은 공모가 산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SK D&D의 지난해 말 기준 PER은 9배 안팎 수준이다. 올해엔 반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모기업인 GS건설이나 그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닌 현대산업개발의 PER은 고작 4배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정보통신업체와 자사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챙겨간 것으로 평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업군이 자잘해 선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사실 GS가 너무 오랜만의 상장에 나서다 보니 배수를 조금이라도 올리려 여러 가지로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은 IT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으면서도, 자이S&D의 사업 방향성은 다른 부문들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형국이다. 앞서 자이S&D는 2000년 건축물의 전기와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자이서비스와의 합병 이후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청산된 오너일가 소유 시설관리업체 ‘엔씨타스’ 일감을 이어받아 현재는 자체적으로도 ‘종합부동산사’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대형 건설사 중 최초로 중소형 부동산개발사업을 겨냥한 브랜드 ‘자이르네’와 ‘자이엘라’를 런칭해 시장에서 서브브랜드를 내놓지 않는 ‘자이’의 기조를 깨기도 했다. 김환열 자이S&D 대표는 IPO계획을 밝히며 “이번 상장을 통해 주택개발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회사라는 점도 차후의 주목 요소다. 지난 4월 시장에 나온 자이S&D의 건물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의 런칭은 허윤홍 부사장이 신사업추진실의 책임자로 올라 선 이후 자회사를 통해 선보인 주요 성과로 손꼽힌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 건설사의 먹거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회사를 앞세워 니치마켓(niche market)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모기업인 GS건설과 어떤 사업방향을 짜나갈지가 성장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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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