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익 자산인데 '비싼 값' 지불 한 것에 발목 잡혀
고객이 제한적이라 셀다운 실패 시 투자여력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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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내 대체투자 ‘셀다운(Sell-down; 재매각) 공포’가 드리웠다. 해외 부동산 미매각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항공기 투자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새 나오고 있다. 투자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인수했다가 보유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대체투자에서 항공기 투자의 비중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4~6% 대의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불리던 것을 감안하면 업계 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항공기 투자 역시 해외 부동산 미매각 사례와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이 발단이 됐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비싸게 지불한 물건을 받아오면 수익률 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국내 증권사끼리 경쟁을 통해 가격을 올린 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내에서 최근 ‘에어버스 A330 항공기 하나가 물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항공기 투자를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기준 KTB투자증권만 보유 항공기를 모두 셀다운했단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항공기 투자에 대한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다는 지적도 증권사 곳곳에서 제기된다.
항공기 미매각이 발생하면 증권사가 떠안는 리스크가 부동산 미매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항공기 리스 계약이 종료되면 새로운 항공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 원금 회수 거의 못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에 비해 항공기나 선박 등은 고객이 제한적인 만큼 가격을 낮춘다고 쉽게 매각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증권사 입장에선 셀다운이 안되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다.
국내 증권사들은 보통 항공기 투자에 나설 때 후순위로 참여해 담보가 확보되지 않는 만큼, 항공기 처분 등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매각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미매각이 발생하면 화물기로 개조를 해서 팔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개조 비용이 투입돼서 수익률은 더 떨어지게 된다. 이마저도 안될 경우엔 항공기를 다 분해를 해서 엔진 또는 고철만 파는 등 ‘떨이 장사’가 불가피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다운이 마무리되지 못한 물량 대부분이 유럽 부동산임에도 증권사들이 여전히 유럽 부동산 딜소싱(투자처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해외 대체투자 물건이 제한적이란 것을 방증한다”며 “항공기 투자도 마찬가지로 우려는 있지만 현재도 계속 딜소싱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 금융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 확대를 경고하면서 증권사를 향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이는 이미 투자한 물건이 아니라 ‘투자할’ 물건들에 해당된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선 증권사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과 별개로 금융감독원의 직접적 개입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상품 중개를 통해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취급을 늘리면서, 자기자본투자(PI)를 활용한 직접 보유 물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엔 기관투자자들에게 중개를 해주는 게 주였다면, 요즘엔 직접 인수한 뒤에 셀다운 하는 구조가 자리 잡히면서 리스크도 커졌다는 평가다.
대체투자의 특징은 공개시장이 없어 비정형적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브로커에 의존하는 게 큰 만큼 당국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의 투자금을 대체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이라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대체투자 딜소싱에 열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여러 대체자산에 대한 미매각 사례가 늘어나고 우려도 확대되는 분위기라 ‘조치가 필요하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IB 내에서도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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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