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확대 전략에도 5년새 수주 절반으로
국내외 수주 부진에 주가 3년새 최저점
"리스크 최소화 전략 재수정 시점"이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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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였던 ‘래미안’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래미안은 최근 GS건설의 ‘자이’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 정비사업에서 삼성물산의 저조한 수주 성과는 금융사들의 시공사 평가에서 현대건설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다. 삼성물산의 국내 건설사들과 과열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 즉 국내보단 해외 수주를 확대하겠단 전략도 아직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만해도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은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였다.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평가 기관에서 아파트 부문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최근 래미안은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선 여전히 아파트 부문 1위를 기록했지만, 브랜드스탁과 부동산114 등의 조사기관에선 GS건설의 ‘자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 조사기관(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선 6위까지 추락했다. 기관들의 조사 방식과 신뢰도를 모두 동일하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과거와 비교하면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브랜드 가치의 하락은 수년 간 주요 거점 재건축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됐고, 그 시점과 맞물려 삼성물산은 재건축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회사는 2017년 5월 서울시 서초구 방배 5구역 사업 이후, 지난달까지 주요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이 2000년대에 들어 서울시 주요 주택 사업지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서울 강남 지역과 같은 주요 거점 재건축 사업에 참여해야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데, 삼성물산의 경우 정비사업에서 수년간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브랜드 평판의 하락은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국내 재건축 수주 시장 불참과 관련해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 수주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 좋은 사업이 있다면 참여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지는 사업부의 분석을 통해서 판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경쟁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한다는 입장은 동일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재건축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 외에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한화건설의 포레나)를 앞세워 주요 사업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건설사는 자회사를 통해 브랜드 확장을 꾀하고 있는 GS건설을 제외하면 삼성물산뿐이다. 래미안이 더 이상 경쟁사 아파트 브랜드를 압도할 만한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 또한 예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물산의 국내 수주가 부진하면서 금융사 시공능력평가에서도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금융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에서 시공사의 신용등급과 공사 이력 등을 파악해 조달금리를 산정한다. 삼성물산(AA+)의 신용등급은 국내 건설사 최고 수준이지만, 최근의 수주 이력이 적다보니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대건설(AA-)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책정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삼성물산이 주택 시장에서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는 동안, 건설부문의 실적은 꺾였고 전사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 3분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620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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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국내 주택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년 말 19조6000억원에 달하던 해외 수주잔고는 2016년 14조8000억원, 2017년 11조600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 3분기 해외 수주 잔고는 9조95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대를 하회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3년 내 최저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 건설사들 주가의 낙폭과 비교해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선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나마 현재의 주가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사업적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수주 부진과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사업 전략을 다시금 고려해야하는 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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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