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상 요구수익률 8~9% 수준 추정
GMV 기준 현 기업가치로는 원금회수 어려워
재무여력 없는 신세계, 풋백옵션 시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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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법인 쓱닷컴(SSG닷컴)이 재무적투자자(FI)와 체결한 약정 중 풋백옵션과 관련해 근본적인 계약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그룹 차원 재무 여력 보강을 위해 사모펀드(PEF)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추후 FI와 약정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 풋옵션 조건에 따라 대주주인 신세계그룹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물적분할한 뒤 합병한 신설 온라인 통합법인이다. 지난해 10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의 모회사)와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총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어피너티와 BRV는 올해 3월 SSG닷컴에 1차로 7000억원을 출자했고 2022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 예정이다. 1조원 투자유치가 마무리되면 신세계그룹과 FI는 각각 70%(이마트 50%, 신세계 20%)와 30% 수준의 비율로 지분을 나눠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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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 신세계가 FI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서 중 눈에 띄는 사항은 매수청구권과 관련된 내용이다.
약정에 따르면 SSG닷컴이 2023 사업연도에 ▲총매출(GMV) 요건 또는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들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보유 주식 전부를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이 매수청구권을 자기지분 매입의무로 봐 금융부채 3793억원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도 주석으로 언급돼 있다.
약정 내용에 따르면 FI들은 SSG닷컴 요구수익률 기준에 있어 약 9% 수준을 적용하고 있음이 추정 가능하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최저수익 보장이 IRR(내부수익률) 8% 수준인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부채에 대한 부담에 100bp 더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요건인 ▲GMV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 추정대로 요구수익률 8~9%대 수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상장기업의 기업가치(EV)는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부채총계에서 보유현금을 뺀 값)을 더해 구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대부분 비상장기업인 데다 적자기업인 탓에 보통 GMV가 기준이 돼왔다.
GMV를 기준으로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추산할 경우, 현재로선 FI들이 평가한 기업가치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FI의 투자액과 지분율을 토대로 추산한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총 3조원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유안타증권은 SSG닷컴이 올해 GMV 2.8조원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결국 GMV 대비 1배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기업가치로는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FI들이 원금도 회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마진율이다. 영업손실은 1분기 -108억원에서 2분기 -113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더 늘었다. 이마트에서 SSG닷컴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네오물류센터도 최근 마진율이 깨지기 시작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공급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상품마진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펀더멘탈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FI와 약정한 두 번째 요건인 ▲IPO 시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지만 신세계그룹 측에선 마냥 여유로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반면 FI들은 SSG닷컴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거나 자금여력이 없어져도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아 손해 볼 것이 없다. SSG닷컴이 IPO에 성공하게 될 경우 FI들은 보유지분에 대한 구주 매출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설령 IPO에 실패하더라도 약정에 기반해 보유 지분을 대주주인 신세계와 이마트에 매수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풋백옵션(Default Put Option; 위약매수청구권)엔 연복리 25% 이율이 적용돼 SSG닷컴은 무조건 계약 사항을 이행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다 임원 선임 의무, 자본구조 및 조직구조 변경 전 FI와 상의, 주식 처분 제한, 경업금지 의무 등의 조항을 위반 시 FI들은 대주주에 서면으로 통지하고 3개월 내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해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금전과 경영 모두 부담스러운 이중고를 짊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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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이 정도 규모의 외부 투자자 유치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신세계그룹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어피너티를 포함, 상당수의 PEF들이 대기업과 공동투자 후 풋옵션으로 갈등을 빚는 사례는 빈번했다.
신세계그룹이 혹 FI와의 약정을 지키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그룹 차원의 지원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SSG닷컴 대주주인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사상 최초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여 있어 추가적인 자금조달에서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신세계그룹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신용등급 대비 취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미 재무구조 관리에 그룹의 명운이 달린 상황에서 SSG닷컴의 FI와의 약정은 더욱 숨통을 조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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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