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거치며 부각…아시아나IDT와 시너지 가능성
지분 인수 여력 충분하지만 사업 구체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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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되면서 그룹의 증손회사 처리 문제가 새로운 숙제로 등장했다. 지주회사법상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 자회사인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는 딜 클로징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지분 처리를 완료해야 한다.
올해 4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취득을 진행한 HDC그룹은 비슷한 기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고시한 상호 출자 제한요건 충족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도 고민해야 한다. 해법으로 기존 HDC 계열 자회사 활용이 거론되는데, 특히 건축물 IT서비스업을 영위하는 'HDC아이콘트롤스'가 문제를 풀 열쇠로 평가받는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은 모회사와 공통된 항공업이란 특성상 합병 및 매각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된다. 반면 시스템통합(SI) 기업 아시아나IDT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그룹의 SI 기업 HDC아이콘트롤스의 활용가능성이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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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IDT의 사업구조가 중장기적으로 HDC아이콘트롤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홈네트워크 등 건축물 전문 IT망을 구축하는 HDC아이콘트롤스는 M&E(소방시스템, 세대환기 등) 사업부 매출 비중이 최근 3년간 평균 40%에 육박한다. 올해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 분양을 기반으로 스마트홈 부문 중심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부에 개발인력들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의 각종 전산시스템을 꾸리는 SI 업무도 내부적으로 소화해왔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IDT는 내외부 서버, 데이터베이스(DB) 등의 운영·유지보수와 IT컨설팅 및 설계 합산 매출이 80~9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사 SI기업으로 공항과 항공에 관련된 일반적인 전산시스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수의 개발인력을 갖춰 이미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이나 네트워크 관련 인프라 서비스에서 기술적 역량을 갖춘 회사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양 사가 영위해오던 사업 이력이 중복되기 보다는, 다양한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M&E 사업부가 마진이 많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데 아시아나IDT를 더하면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SI 기업은 회사의 캡티브 물량이 중요한 만큼, 건설과 항공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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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IDT를 인수하는 데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현금성 자산만 700억원가량이고 차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더 많은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IDT 지분 76.2%는 19일 종가 기준 1886억원 수준이다.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하고 있는 상호 출자 제한요건 대상 지분은 3분기 기준 HDC㈜(1.78%), HDC현대산업개발(3.38%), HDC영창(6.4%), 부동산114(25%) 등으로 이들의 장부가액 합산액은 약 11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변동된 주가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보유량은 최소 700억원의 가치는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가용자산은 아시아나IDT 지분을 인수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한솥밥'을 먹게될 양 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방안을 꾸려나갈 지는 따져봐야 한다. '건설 SI'와 '항공 SI'의 결합 필요성은 물론 각 사가 보유한 역량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HDC아이콘트롤스는 특히 SOC(공공분야 제어시스템)에 트랙레코드와 잠재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는다. 디벨로퍼를 지향하던 HDC그룹이 갑작스레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선언한 만큼 어떤 그림을 그릴지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 되면 HDC그룹의 사업전략은 한층 더 높은 세밀함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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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