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환경)와 S(사회)로 평가하긴 난해한 부분도 있단 지적
일단은 G(지배구조) 중심으로 평가하는 그림이 현실적
해외 리서치도 ESG 반영 의무화 아니라 실효성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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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발(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확대 드라이브가 증권업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에 ESG투자 요소 반영을 ‘권고’하면서, 중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ESG를 보고서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국내 연기금들은 올 들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전 자산에 걸쳐 책임투자를 고려하며, 글로벌 연기금과 같이 ESG 요소가 미흡한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도 실제 검토 중이다.
이에 발맞춰 자산운용사들의 위탁운용보고서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행하는 리포트에도 ESG 투자 관련 코멘트를 담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0월 ‘ESG 리포트’를 국내 업계 최초 발간하는 등 국민연금의 기조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우선 긍정적 시각보단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ESG 평가의 순기능과 별개로 업종별 차별성을 고려했을 때, E(환경)와 S(사회)로 기업을 평가하긴 난해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정보통신(IT)과 석유화학 기업의 E를 평가할 때다. 이미 석유화학업계에선 ESG 평가를 의식하고 친환경 투자를 확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업종의 특수성 및 각 국가별 산업 비중 등을 무시하고 동일한 비교선상에서 평가를 해도 될지 또는 어떤 식으로 평가를 해야 할지 등의 합의가 충분히 논의되기 전이라는 설명이다.
노조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S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노조 활동 방해 등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여지가 있지만, 노조가 있는 회사를 노조가 없는 회사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해선 가치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국민연금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지만 내년부터는 ESG 평가를 조금씩이라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일단은 지주 담당 연구원들 중심으로 우선 신경을 쓰겠지만 대기업 등이 영위하는 사업과 관련된 다른 섹터 연구원들도 ESG 평가 부분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ESG 코멘트가 리포트의 정량평가 요소로만 활용되고 자칫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에서 리서치 리포트의 ESG 평가 반영 유무로 증권사를 차등 대우할 경우 각 증권사는 억지로라도 해당 내용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증권가에선 E와 S를 가지고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일단 G(지배구조) 중심의 평가가 대세가 되고, 기업들의 지배구조 관련 이슈 역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선 아직까지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정보’가 우선시되는 만큼 "무조건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국내보다 앞서 이미 ESG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지만 해외 증권사들이 리서치 리포트 등에 ESG 평가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진 않다”며 “책임투자 확대가 국내외 연기금을 중심으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권고를 가장한 강제성 띄는 ‘정책 밀어붙이기’는 오히려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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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