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후보들 올리브영 두고 박한 평가…"실속 없다"
랄라블라·롭스 등 성장세 멈춘 매물들 오히려 인기 현상
롭스 두고 전방위적 롯데그룹 접촉 분위기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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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Oliveyoung)·롭스(LOHB'S)·랄라블라(lalavla) 등 국내 주요 헬스앤드뷰티(H&B) 업체들의 매각 가능성이 M&A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올해 초 일부 지분 매각을 시도한 올리브영을 필두로 2~3위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다만 글로벌 PEF를 비롯한 잠재 인수자 사이에선 ‘올리브영 패싱’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비싼 몸값이 예고된 데다 향후 추가 확장에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대신 한 차례 경쟁에서 뒤쳐졌다 평가된 랄라블라, 롭스를 인수하거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관심이 더욱 쏠리는 분위기다.
CJ그룹은 올해 초 올리브영 매각을 한 차례 시도했지만 중도에 중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그룹의 승계 작업과 구조조정을 돕는 과정에서 해당 거래를 선임했고, 일부 잠재 매수자를 접촉해 인수 의사를 물었다. 지난해부터 올리브영의 2대 주주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의 갑질 논란이 번지며, 이 대표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일부를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해 회수하는 안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매각 시도는 CJ그룹이 지분 회수 방안에 대해 다른 방안을 찾으며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시장에선 예고치 못한 인수 후보들의 냉담한 반응만 확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CJ측이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하는 배경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기준 매장 수 약 1200여개에 매출 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업계 1위다. 2위인 GS그룹의 랄라블라와 비교하면 매장 수만 10배가 넘는다. 경쟁사들이 아직도 적자 혹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박한 이익을 거두는 반면, 꾸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유일한 사업자이기도 하다. 매장 수가 1000여곳을 돌파하며 일부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이를 통해 고정비용 부담을 떨쳐냈다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네임밸류'가 인수 후보들에겐 투자 매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 대형 PEF 관계자도 “매장이 600~700개 수준에서 1000개 단위로 올라갈 때 투자자가 참여하면 성장성을 같이 누릴 수 있겠지만 이미 매장이 깔릴 곳엔 다 깔린 회사에 투자해 업사이드를 누릴 수 있을진 의문”이라며 “다시 매물로 출회해도 검토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리브영에 대한 차가운 반응이 H&B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 매력에 대한 척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복수의 글로벌 PEF들의 시선은 랄라블라, 롭스 등 2·3위권 업체의 매물 출회 가능성으로 번지고 있다. 올리브영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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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업체 랄라블라는 비교적 경영권 매각이 유력한 매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합작사 형태로 운영 중이던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며 확장세에 돌입했지만, 2018년 이후 오히려 비효율 매장을 적극적으로 줄이며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유통업계에선 이 과정에서 큰 규모의 투자비가 집행된 주요 상권에서도 철수하며 경쟁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모회사인 GS리테일, 더 나아가 GS그룹 내 유통업에 대한 무게감을 고려할 때 H&B 사업에 대한 뚜렷한 전략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편의점, 호텔 등 GS리테일의 타사업부문 대비 이익기여도는 점차 줄어든 상황이다. 다시 매장 수 확장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유인도 그만큼 적어졌다는 분석이다.
롭스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출범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롯데그룹 내부 시너지를 통해 올리브영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성장세가 멈췄다. 랄라블라의 GS리테일이 “자신감을 잃었다”면 롯데는 “뚜렷한 전략을 찾지 못해 표류한다”는 시각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격적인 H&B 철수 결정은 복잡한 결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백화점·마트·슈퍼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침체가 숙제로 남은 상황에서 H&B가 이익과 별개로 그나마 매출 성장이 뚜렷한 유일한 산업군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롭스는 경영권 인수가 아니더라도 지분 투자 후 상장(IPO) 등 광범위한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의 접촉 시도도 감지된다. 기업가치는 저평가된 상황이지만 아직 핵심 상권에선 본격적인 철수에 돌입하지 않았다. 롯데의 브랜드를 활용한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성장성도 확연히 갈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올리브영과 점유율 경쟁을 재개하거나 화장품·식품 등 이미 PEF가 보유한 국내외 포트폴리오와 연계하는 방안, 또 추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방안 등 여러 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롯데그룹도 그룹차원에서 자문사 등을 통해 성장방향에 대한 조언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투자자 입장에선 “내부 고민은 더디고 투자자들에 세세히 전략방안을 짜 입에 넣어달라는 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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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