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받아들여질 경우 단숨에 SK㈜ 2대주주로
우호지분 고려해도 지배구조 안심할 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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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이혼소송에 대한 재산 분할 포함 맞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단숨에 SK㈜의 2대 주주로 오르는 등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노 관장이 소를 제기한 다음 날인 5일 SK㈜는 전날보다 1.18%(3000원) 하락한 25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대 주주의 지분율 변화 우려에 주가도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노 관장은 전날 최 회장의 이혼 조건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3%을 요구하면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재산 분할 규모가 시장에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8.44%)를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올라있다. 노 관장의 요구를 법원이 인정하면 SK㈜ 주식 549만7240주(지분율 7.8%)를 넘겨야 한다. 전날 종가기준 약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노 관장은 곧장 SK㈜의 2대 주주로 등재된다. 반면 소의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지분율은 10.64%까지 떨어지게 된다. 최 회장의 가족 및 친인척을 포함한 우호지분율도 29.61%에서 21.82%로 떨어지면서 당장 그룹 지배력에 대한 우려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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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등에 따르면 이혼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가정법원이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쪽에서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통상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벌인 이혼소송에서 임 전 고문이 재산분할로 1조원 이상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141억원에 그쳤던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은 보유 재산이 대부분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 재산으로 노 관장이 전혀 기여한바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 관장은 혼인 이후에 형성된 재산은 기여도를 따져서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 회장의 상속재산 주장의 약한 고리가 '선경텔레콤'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5년 지배구조 개편 이전까지 옛 SK(주) 지분 31.8%를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을 지배했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 있던 SK C&C의 전신이 바로 1991년 설립된 선경텔레콤(이후 대한텔레콤, SK C&C로 사명 변경)이다. 최 회장과 노 원장의 결혼(1998년) 이후 설립된 회사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SK㈜ 와 SK C&C간 합병을 통해 지금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사례처럼 시장에서도 화제가 된 글로벌 기업 대주주들의 이혼 사례와 달리, 국내에선 최대주주의 이혼 사례가 흔하지 않다. 그나마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2006년 전 부인에게 53억원의 재산을 분할한 사례,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회사 지분 1.76%(300억원)를 전 부인 몫으로 분할해 준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20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한 사례는 드문 만큼 예측이 더욱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SK의 주가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도 회자하고 있다. 소의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과 더불어 추후 노 관장이 확보할 지분이 시장의 나온다면 오버행에 대한 우려도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증권사 지주사 담당 연구원은 “과거 NC소프트 김택진 대표 이혼당시 위자료로 전 부인에게 보유한 주식을 제공했지만, 결국 그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엔 악재로 반영됐다"라며 "노 관장도 그룹을 분할할 가능성보다는 언젠간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향후 경영 전략에도 영향일 미칠 수 있다. 특히 재계 중 가장 공격적인 확장과 M&A를 단행했던 SK그룹이었지만, 향후 모든 의사결정이 최대 주주의 지분율 방어로 선회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그룹이 물밑에서 추진한 중간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당분간 지속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칼처럼 거버넌스에 대한 위협이 시장의 요구와 합치하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SK처럼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회사가 흔들리면 의사결정에 장벽이 될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라며 “주가 측면에선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최 회장으로서도 방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보니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29.4%)의 매각을 추진해 이에 대비할 마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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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05일 15: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