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방사업장에서 건설사 상대 '주체'
한토신·한자신, 자본 늘리며 안정성 확대
강남권 조합 '문턱' 넘는 것 숙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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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쪼그라들며 차입형 부동산신탁사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개정법을 기반해 시행사 역할을 본격 노리면서 정비사업 주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한남3구역 소요사태로 악화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강남권’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재건축 지구의 진입장벽을 넘어서는 것은 수익성 돌파의 과제로 남았다.
한국토지신탁과 무궁화신탁은 국내 최초 공통수탁 방식으로 시행을 대리하는 대전 장대B지구 지자체 위탁 인가와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다음달 7일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금액 약 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정비사업으로, 단독입찰을 진행한 GS건설과 현대·대림·계룡·포스코 컨소시엄이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신탁방식 사업임에도 사업 규모를 포함해 주요 건설사들이 앞다퉈 제안서를 내며 경쟁하는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당초 신탁사가 영위하던 정비사업장들은 큰 틀에서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으로 분류되며 지방의 영세한 사업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기반은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조합이 진행할 시 발생하는 조달 리스크를 보강하고, 정비사업의 속도감을 올리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해당 법안 덕에 신탁사들은 단순 신용공여를 제공하던 건축 및 개발사업을 벗어나 정비사업의 주체로서 4%대의 더 큰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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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탁받는 사업지가 중소형 규모에 머물며 본연의 목적을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신탁사 입장에서도 영세한 사업비 탓에 대형 건설사가 그다지 주목하지 않으면서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수주 건들이 이어졌다. 당초 취지였던 ‘사업 속도’ 역시 대형 조합이 주도한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며 도입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신탁사 연구원은 “가로정비사업 같은 작은 건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면 조합 대비 확실히 속도 면에서 효용성을 보여왔다”면서도 “큰 건은 우선 수탁이 적고, 신탁사 입장에서 감당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수익으로 환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입형 빅4(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코람코자산신탁) 중에서도 양대 상장사인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이 자본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진 모양새다. 사업지가 중소형 규모에 머물렀던 주된 이유인 신용보강에서 장점을 보이며 점차 대형이나 알짜 중견 규모의 사업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들 양 사의 자본총계는 3분기 기준 각각 8770억원, 6404억원으로 지난 3년간 2000억~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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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규제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대형 건설사들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올해 지방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대전 장대B지구 이외에도, 대구 성당우방, 78태평아파트와 충남 사직구역 재개발 사업에 현대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 성수동 장미아파트와 길음1구역 재개발에도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이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는 신탁사 입장에서 정비사업의 이력을 쌓음과 동시에 시공사의 신용도를 보강 받을 수 있는 길이 됐다.
남은 과제는 ‘수도권 안착’이다. 여전히 서울권 조합의 수탁 문턱은 높다. 지난 2016년 개정안 도입 초기 이후로 시범아파트, 신반포 4차 등 여의도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과 신탁사 간 갈등, 서울시 인허가 절차 중단 사태가 불거지며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특히 강남권처럼 조합의 힘이 강하고 차익이 높은 사업장의 경우 수수료나 진행 방식의 주도권 때문에 신탁방식 재건축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어차피 사업성이 높은 만큼 조합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신탁방식의 이점을 보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래도 신탁사 입장에서는 지방 대비 높은 수익성 때문에라도 수도권 진출을 계속해서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서울 내 주요 재건축 사업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시작된 잠재적 재무부담으로 인해 수도권이 '종착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 내부 중론이다. 본격적인 수익으로 산입되기엔 시간이 걸리지만 일부 신탁사의 경우 정비사업이 올해 차입형 신탁 수주 비중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사업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신탁사 연구원은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기 보다는 좋은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며 “정비사업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틈새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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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