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재건 중심에 다시 선 ㈜두산…남은 카드는 많지 않다
입력 2019.12.13 07:00|수정 2019.12.16 11:34
    지주사 활용한 그룹 사업 재편 '집중'
    보유 자회사 현물출자·사업 부문 분할상장 등
    큰 자금 소요 없이 기업가치 제고 시도
    두산중공업 자체 수익성은 한계 요소
    • 두산그룹이 지주사를 활용한 재무여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주사 내부의 OLED와 연료전지 사업 등을 상장사로 만들었던 두산은 최근 보유하던 지주 산하 자회사를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자원 재분배 과정은 그룹 지배구조 중추에 있는 두산중공업과 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주로부터 이어지는 지배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주사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련의 사업 재편 속에서 남은 보유 사업부나 자회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두산중공업과 사업 자회사들의 실적이 자체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두산그룹 사업지주회사 ㈜두산은 보유 중인 두산메카텍(플랜트 사업용 화공 기자재 제작 업체) 지분 100%(지분가액 2382억원)를 현물출자하는 형태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두산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차후 두산중공업 지분가치의 상승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두산의 두산중공업 지분은 43.8%로 늘어난다.

    • 지주사 ㈜두산이 직접 나선 이유는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탈(脫)원전 기조 속에서 두산중공업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69%를 기록했다. 이는 그룹 전체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5월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각각 A-에서 BBB+로, BBB+에서 BBB로 조정되면서 두산그룹은 B등급이 됐다.

      그룹은 ㈜두산의 보유 사업을 활용해 큰 자금 소요 없이 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이번 유상증자로 두산중공업은 3분기 말 대비 자본총계 5.6% 증가, 부채비율 9.9% 감소가 기대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그룹 재무가 악화된 것은 3분기에도 절반 이상 꺾인 중공업 수주 탓이 큰데, 두산메카텍 인수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던 사업부를 등장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지주사 활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룹의 재무 위기가 본격화된 이래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있다면 과감히 자원을 재분배하고 있다. 동박과 OLED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와 연료전지 회사 두산퓨얼셀을 지주사로부터 분할 상장한 것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재분배 사례로 평가된다. 양 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10일 종가 기준으로 1조원을 상회해 그룹은 또 하나의 우량 계열사를 보유하게 됐다.

      ‘지주사 활용’은 박정원 회장의 체제 안정을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지주사 분할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박정원 회장의 입지가 이전보다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선 ㈜두산이 박 회장의 친동생,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CEO로 있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친인척이 많아 그룹 승계에 경쟁이 있는 두산그룹의 특성상 지주사와 두산중공업의 연결고리가 탄탄해진다면 박용곤 일가(박정원·박지원 회장의 아버지)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주사를 통한 자원 재분배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두산이 ‘중공업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위해’ 넘겼다는 두산메카텍은 지주가 보유하던 주요 사업 자회사지만 매출이 2000억원대, 순이익이 100억원 안팎이다. 기존 사업의 변화를 주기엔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인 셈이다.

      지주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분할상장 당시 떨어져나간 지주의 사업 부문은 절반(OLED·동박·전지박·바이오·연료전지)으로, 남은 사업부(전자·산업차량·모트롤·정보통신·유통)에 비해 신사업 가능성이 부각돼 활용 가치가 높았다”며 “잔류한 사업부를 활용할 땐 좀 더 엄격한 사업성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남은 관건은 두산중공업이 얼마나 자체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3분기 또다시 723억원가량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 측은 두산메카텍의 인수를 감안하고서라도 목표주가를 10%가량 낮춰 잡았다. 두산중공업 본사에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아닐뿐더러, 자체 사업의 환경이 회복되지 않아 지주의 지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는 주 요소다. 두산메카텍 현물출자처럼 ㈜두산의 남은 사업부 중 중공업 관련 사업을 추가로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기존 발전사업이 침체됨에 따라 새로운 사업 부문 강화 차원의 조치”라며 “차후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