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에 안긴 '블랙홀' 두산건설…건설發 리스크 진화 기대감
입력 2019.12.16 07:00|수정 2019.12.17 09:40
    두산건설, 완전 자회사 편입 후 상장 폐지
    오랜 기간 적자…상장 유지 이익 크지 않아
    구조조정·부실 자산 처리 추진 환경 마련
    • 만성 적자를 이어오던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 전환 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시장에서는 그룹이 두산건설발(發) 리스크 우려를 대내외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상장 폐지를 통해 ‘밑 빠진 독’으로 수식되던 두산건설을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하고 각종 개선책을 내부 협의만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두산건설 운명은 이제 두산중공업으로 공이 넘어갔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3년부터 약 2조원에 가까운 돈을 그룹으로부터 수혈받으며 그룹의 재무 여력을 악화시켰다. 지난 5월 두산건설 유상증자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이 3000억원을, ㈜두산이 1416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신용등급은 각각 A-에서 BBB+로, BBB+에서 BBB로 함께 떨어졌다. 당시 증자로도 두산건설은 신용도 하락(BB-)을 막지 못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부채도 장부에 반영시키지 못하며 투자자들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두산건설의 재무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두산그룹은 두 뇌관(두산건설, DICC) 중 하나를 본격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두산중공업 측이 밝힌 완전 자회사 편입의 사유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시너지 확보”다. 재무적으로도 교환 신주 발행에 따라 부채비율을 개선할 수 있게 됐지만 이미 보유 지분율이 너무 높아 효과는 크지 않다. 의사 결정 구조의 신속성 역시 현재의 지분율 증가(89.74 →100%)에선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두산그룹이 얻을 이익은 비상장사 전환을 통한 유무형 이득으로 수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미 떨어진 주가 때문에 상장사로서 자금 확보 능력이 좋다고 보기 어렵고, 격하된 신용등급 때문에 자체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장 폐지를 시키고 주주를 일원화하는 게 정보 공시를 최소화하고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룹 입장에서는 구조조정과 부실 자산 처리 등 시장에서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경영책들을 강도 높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유지해오던, 각 주요 계열사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정체된 중후장대 업황 속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두산건설은 이미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자체적인 비용 절감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500억대의 대규모 당기 순손실을 냈고 올해 역시 3분기 연결 기준 200억원대 순손실을 내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단일 주주가 된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차악의 선택’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두산으로부터 그룹 내 주요 사업 자회사인 두산메카택 지분 100%를 현물출자 받았다. 탈원전 기조 탓에 자체 사업이 정체 국면을 맞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창이다. 현시점에서 두산건설과의 시너지를 검토하기에 적기라는 평가다. 다만 발전기술과 관련된 시공은 전문적인 기술 역량이 필요한데 아파트와 일반 오피스 건축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두산건설이 관련 캡티브 물량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음 과제는 두산건설의 실적과 재무 상황 정상화를 두산중공업 편입 체제하에서 얼마나 속도감 있게 끌어낼 수 있을지다. 두산건설은 일산 제니스 할인분양, 신분당선 등 민자 SOC 사업 등 부실 사업들이 산적된 탓에 지난해에도 3775억에 달하는 영업 외 비용을 소모했다. 주주가 두산중공업으로 단일화된 만큼 ‘빅배스(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일괄 반영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기법)’를 통한 재무 상황 안정화도 가능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그룹 입장에서는 매각이 최선책이었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부분도 있다”며 “상장 폐지 이후 재무구조가 정상화된다면 다시 매물로 고려될 수도 있고, 두산중공업과 사업적으로 관계를 자리 잡으면 내부 사업부로 두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상장폐지는 두산 입장에선 정해진 선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