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의사 결정, 다수의 친인척 경영 탓
IB '허태수'·다각화 '허연수'·투자 '허용수' 새 진용
'실탄' 충분…내년부터 M&A 적극 검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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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장을 맞이한 GS그룹이 내년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허태수 신임 회장과 새로운 ‘3세 경영진’은 그간 딜(Deal)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여타 오너 경영인들과 달리 각자가 ‘자본시장에 익숙하다’는 색다른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GS그룹의 주력 사업부문(정유·유통·건설)이 성장성 한계에 봉착한 것과 ‘빅딜’을 감당할 수 있는 실탄이 두둑한 상황이 겹쳤다. 그룹의 체질을 바꿀 극적인 M&A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GS는 조 단위 ‘빅딜’에 줄곧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은 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난 2008년, GS는 당시 불발로 끝났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6조3000억원 규모)에서 포스코와의 컨소시엄을 파기하며 하차했다. 이후로 대한통운(4조1000억원), 하이마트(1조2480억원), 코웨이(1조1900억원), KT렌탈(1조200억원), 아시아나 항공(2조5000억원)까지 진행 과정에서 불참을 선언하거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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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건의 M&A가 있었지만 새 수익원으로 이어질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다. 2009년 모건스탠리PE가 보유했던 ㈜쌍용(현 GS 글로벌)의 경영권 지분(69.53%)을 1200억원에 매입, 지난 2014년 STX에너지(현 GS E&R)를 5600억원에 인수했던 건 등이 그간 GS그룹의 M&A 주요 사례로 꼽힌다. 이들 회사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각각 141억원, 131억원에 불과해 그룹 전체의 수익 변동을 일으키기엔 영세한 규모다.
M&A를 머뭇거렸던 이유는 오너 경영인들의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가 지목된다. GS는 지난 2005년 LG로부터 계열 분할을 거친 이래로 ‘가족 경영’ 원칙을 지켜온 대표적인 그룹이다. 하지만 지주사 특수 관계인이 47명에 달하는 데다 최근의 연말 인사 직전까지도 3세, 4세 할 것 없이 주요 승계 후보군들이 활발히 경영에 참여해 구성이 복잡했다.
‘허태수 체제’ 시작되며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15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허창수 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임을 선언한 이후 3세 중진이었던 허명수 GS건설 부회장과 ‘장자 라인’으로 수식되는 4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이 잇달아 그룹을 떠났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여전히 가족 간의 협의를 중요시하겠지만, 인사를 거치며 경영권에 힘이 실린 3세들을 중심으로 M&A 등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이전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3세 경영’의 중심에 선 허태수 신임 회장은 30년 경력의 절반을 증권가에서 보낸 이력이 있다. 고려대 법대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를 졸업한 허 회장은 미국 콘티넨털 은행을 거쳐 1988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곳에서 M&A팀장, IB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글로벌IB 중심의 경험을 쌓았다. 2002년 GS 홈쇼핑으로 이동한 이래로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벤처기업 누적 투자액만 3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시장 참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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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회장과 함께 승진한 ‘3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5년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 취득, 2017년 2월 A.S왓슨스의 왓슨스코리아(현 랄라블라) 지분 50%를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GS리테일은 성장세가 정체된 기존 슈퍼와 편의점 사업에서 벗어나 호텔 사업과 H&B(헬스앤뷰티)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
주요 승계 후보군 중 가장 젊은 ‘3세’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승진자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최근 롯데케미칼과 8000억원 규모의 화학 관련 합작사 설립을 결정할 만큼 정체된 업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차후 그룹 ‘실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어 영향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와 발전 자회사들의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GS에 배당한 현금만 1조원에 달한다.
결국 이들을 중심으로 그룹이 자본시장에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허창수 전임 회장이 예정보다 빨리 사퇴를 결정하며 “GS가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언급한 만큼 신임 회장이 극적인 ‘빅딜’을 이뤄낼 수 있는 당위성도 마련했단 평가다.
IB 관계자는 “종속회사에 포함되지 않는 GS칼텍스나 GS건설을 빼고도 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1조원에 달하고, 우량 계열사들의 신용도가 좋아 차입이 필요할 경우 큰 무리가 없다”며 “유통이나 정유 같은 기존 사업군 들의 성장이 어렵다 보니, 그룹 차원의 결정이 있다면 M&A의 가능성 자체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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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