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 지연에 상속세 부담 등 거론
새로운 경영 비전·우군 확보 여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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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룹 경영 복귀의 뜻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인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이 취임 후 분주하게 움직이며 헤게머니를 쥔 상황이라 그 이상의 경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뜻을 같이 할 우호 주주와 임원들의 조력도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 회장이 선대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간의 협의도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경영 복귀 무산 아쉬움에 상속세 부담도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배경엔 경영복귀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올랐고,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등을 역임했으나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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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이 취임한 후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6월 한진칼 전무로 돌아왔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한진그룹 정기인사 명단에서 빠졌다. 조 회장은 지난달 해외 행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는데, 조 전 부사장 측은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반발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그룹 구조조정 계획도 이번 공개 비판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항공업, 물류, 여행, 호텔을 제외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비췄다. 조 전 부사장이 과거 대표를 역임했고 복귀처로 거론돼온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상속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3남매는 2000억원 이상의 상속세 중 일부만 냈을 뿐, 앞으로도 여러 차례 분할 상환을 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5년간 공식적인 직함 없이 지내왔다. 다른 형제들은 경영에 참여하며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길 수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은 배당 외에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 그나마도 녹록지 않은 그룹 사정 때문에 배당도 박했기 때문에 경영 복귀에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전 제시·우군 확보 여부 미지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은 빼들었는데 원하는 성과를 얻을 만한 계획이 갖춰져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진그룹 경영진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30%에 육박한다. 한진그룹을 견제해 온 KCGI는 23일 지분율을 15.96%에서 17.29%로 끌어올렸고, 대호개발 등도 지분 6.28%를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으로선 조 전 부사장 보유 지분(6.49%)의 향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조 전 부사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진그룹엔 백기사 성격의 주주(델타항공, 지분율 10%)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밝힌대로 ‘다양한 주주들’과의 협의에서 성과를 거두면 상황은 달라질 수는 있다. 조원태 회장을 제외한 가족, 혹은 KCGI나 대호개발 등과 손을 잡는 식이다. 이 경우 조 전 부사장은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실화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주총회까지 표 대결을 벌일 우군을 끌어들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불투명해 지는 것은 다른 가족들의 이해관계와 부합하지 않는다. 조 회장이 총수에 오르고 조현민 전무가 복귀한 것 자체로 이미 그룹 내부의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조 전 부사장 역시 호텔 사업에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경영진과 척을 질수록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은 작아진다.
무엇보다 조원태 회장이 선점한 헤게머니를 다시 빼앗아 올 비전이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조 회장은 장자이고, 조현민 전무는 담당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치적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았다.
조원태 회장은 총수 지정부터 잡음이 있었고 경영 역량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룹을 슬림화 해서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시장의 공감을 얻고 있다. 아직 스스로의 논리를 입증하지 못한 KCGI와 손을 잡는다 쳐도 명분을 얻긴 쉽지 않다. 조원태 회장 진청 체제가 강화하는 상황이라 전현직 임원들의 지지를 얻을 지 미지수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인사는 결국 조원태 회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더 대립각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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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4일 10: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