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공(功)'보다 재무 방어 '특명'
인수 구조 불투명성 여전…내부서도 의견 분분
SPA 이후 구체성 있는 계획 실현 요구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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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임박한 가운데 HDC그룹 내부에선 이번 딜(Deal)을 ‘완벽한 거래’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그 배경엔 아직 완전히 끝맺지 못한 자금 마련 구조와 업종 간 시너지의 불투명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오는 1월 1일부터 배치되는 임원 인사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최근 HDC그룹은 총 21명에 대한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했고,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장, HDC자산운용 사장, 현대산업개발 경영관리 부문 사장을 거친 그룹 ‘재무통’으로 이번 인사 중 유일한 부회장 승진자다.
HDC가 정기 인사 당시 밝힌 김 부회장의 승진 이유는 “탁월한 경영실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재무를 관리해 온 김 부회장의 이력과 인수자금 마련 방안에 대한 시장의 집중도를 감안하면 김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공(功)’을 가져간다기 보다 추후 생길 수 있는 재무적인 문제를 방어하는 차원의 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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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무제표 상의 인수 여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가에선 현금흐름이 제한되고 신용등급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전략적투자자(SI)들을 통한 자금 충격 완화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맞서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규모 확정에 따라 추진 중인 자체 개발사업 계획에 변화가 불가피 할 전망”이라며 “투자구조가 정해지기 전까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산업개발의 내년도 개발사업에서 단기 조달금리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광운대 역세권과 파주 서패동 개발사업 등 현금 보유력이 중요한 대형 사업에서 PF 구조가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되는 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업계에서 재무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린 점도 우려 요소다.
상반된 분석도 존재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항공과 건설의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잇단 지적에 대해 “단순히 건설사가 항공사를 인수했다기보다는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해봐야 한다”며 “연관성 있는 SI들의 추가 지분투자를 기대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유상증자 개요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대오일뱅크(항공유), 현대백화점(면세), 현대해상(보험) 등 항공산업과 연관지을 수 있는 범현대가의 참여가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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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경영진들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HDC그룹은 지주사 인적분할과 그룹 체질개선 프로젝트인 ‘빅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하며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손꼽히는 도시개발업체 모리빌딩의 서울지사장이던 박희윤 전무를 영입, 개발운영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 자리에 앉힌 것도 그 일환이다. 때문에 1년 만에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서 ‘모빌리티 그룹’이란 다소 생뚱맞은 지향점을 꺼낸 것을 두고 내부 임원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오너 경영인의 불안감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HDC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 별명이 ‘선비님’이다. 성향 자체가 불도저 스타일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어서 대형 M&A같이 리스크 있는 거래는 원래 꺼려한다”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건도 대학교 선배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돼 참가 여부를 두고 수없이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경쟁사를 크게 앞질렀던 인수가격 부분은 아직 정 회장이 추후 대응을 숙고하는 부분으로 알려진다.
현재 HDC의 자금 마련 구조는 대략적인 윤곽만이 드러나있다. 결국 그룹 단의 커진 불안감은 SPA 이후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알려진 현대산업개발의 자금 마련 예정안은 보유 현금 5000억원, 회사채 3000억원, 교환사채(EB) 3000억원을 합쳐 1조 1000억원 정도다. 이외 SI 재매각(셀다운)이나 5000억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거론된다.
HDC 관계자는 “다양한 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들이 확정이 되지 않았고 유상증자 등도 구조나 일정 또한 변동될 수 있어 확답이 어렵다"며 "다만 자금 마련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 인수를 결정하고 금액을 써낸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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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