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긴장감…카르발라·비스마야 PJT 쟁점
현대·한화 등 건설사, 수주잔고 탓 '울상'
금융조달 경색돼 올해 신규사업 난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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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동은 건설업계에 기대감을 심는 요인이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13년만에 ‘가뭄’을 맞이하며 중동 먹거리가 떨어졌지만, 올해부터는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발주를 통한 기사회생이 예상됐다.
하지만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갈등 국면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시장에서는 진행사업의 위기감이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해외 금융기관의 조달이 경색될 우려 역시 번지며 신규 사업마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경제적 힘이 최고의 억지력”이라며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미군 주둔 기지에 공격을 받았음에도 전면전 확장 가능성은 줄어든 상태지만, 이란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아 긴장감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바그다드에 배후가 확인되지 않은 추가적인 미사일 공격이 감행돼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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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이 문제시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카르발라는 이라크 중서부에 위치해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100km가량 거리가 있지만, 현재 소요 사태가 수도를 포함한 80km 내외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 사업은 지난 2014년 1분기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이 수주했다. 이라크 석유프로젝트공사(SCOP)로부터 발주받아, 60억4000만달러(약 7조원) 규모의 원유 정제 설비를 짓는 프로젝트다.
각 사별 공사 진행률이 지난 9월 기준 70%를 넘기며 이미 상당 부분 완공된 상태지만, 조 단위 사업비 탓에 아직 남은 수주잔고가 약 2조원에 달한다. 이라크 체류 한국인의 상당 수인 직원들(800여 명)이 근무 중인데, 외교부와 업계의 대책반이 꾸려진 이날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주가는 사업 경색 우려 탓에 각각 5.16%, 5.47% 급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물론 이번 사태로 공사 조달이 늦어지더라도 시공사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공사 지연에서 따른 인건비와 고정비, 기타 우발적인 지연 비용은 시공사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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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신용평가 업계가 꼽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 25km 지점에 주택과 기반 인프라를 짓는 사업으로, 한화건설이 총 수주금액 12조원을 따냈다.
주요 위험지역에 위치한 데다, 공사 진행률이 도합 40%에도 못 미치고 있어 대금 회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9월 기준 해당 사업장의 총 수주잔고는 66억4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 핵심인 주택공사 기준으로만 수주잔고가 49억2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회수 장치들이 마련돼있지만, 이미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IS사태와 이라크 정부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공사가 지연된 이력이 있는 곳이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공사 미수금 역시 3000억원에 달한다.
잔고도 잔고지만, 새로 진행하게 될 사업도 문제시 된다. 통상 다운스트림 발주에서는 유가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지난해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수렴된 이후 올해 중동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란 사태의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게 되며 해외 금융기관들이 사업비 조달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갈등 국면마다 이란이 꺼내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현돼 해로가 막힐 경우, 피해 권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에도 영향을 미쳐 올 한해 중동 시장의 신규 수주는 최대 경색을 맞이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업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EPC(설계·조달·시공)중 시공에 치우쳐있고 주도권도 적어, 사업비 조달은 중동 발주처인 국영 기업의 신용보강을 중심으로 유럽계 금융기관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친미 수니파와 반대쪽의 시아파 같은 국가 간 종교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고, 사업 지연이 한두 번 생긴 것도 아니라 당분간 참여를 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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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