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해 넘기며 SK매직 IPO 더 늦어진단 관측
재배구조 개편 및 SK실트론 IPO 재추진설도 '복병' 예상
순번 늦어질수록 SK매직의 '업계 2위' 계획 차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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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가 해를 넘긴 가운데, 다른 계열사인 SK매직의 상장 추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같은 대기업 계열사들끼리 공모 시기를 겹치지 않는 까닭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의 상장 채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이며, 그룹 측과 SK매직 및 주관사단(미래에셋대우·KB증권·JP모간) 등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매직은 지난해부터 상장예비심사 청구 계획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SK바이오팜에 우선 순위를 내준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이 지난해 12월 30일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순조롭게 IPO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의 중론이긴 하지만, SK와 SKT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남아 있는 만큼 자칫 SK매직 IPO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SK바이오팜은 SK㈜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주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PO를 통한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더욱 인정받게 되면 지주의 기업가치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긴 하지만, 주식의 중복 상장에 따른 수급 분산 측면에선 SK㈜의 주가 하방 요인이 될 염려도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IPO는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격도 있지만, 보통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확대 또는 지배구조 개편 열쇠로 활용된다. 지배구조 개편 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주주(오너)의 지분율 희석 최소화인 만큼, SK바이오팜의 상장 시기엔 증시 상황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더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주사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핵심 비상장 자회사가 상장한 직후 지주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결국 지분율 희석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SK바이오팜의 상장에 앞서 지배구조 재편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SK바이오팜의 상장 완료 시기가 넓게 2~5월로 가정한다면 SK매직의 IPO는 올 상반기까지의 실적을 반영해서 빨라야 올해 3~4분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K실트론의 IPO 재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점도 SK매직 IPO가 지연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SK실트론은 2012년에 IPO를 추진했으나 실적 악화로 예상 공모가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포기한 바 있다.
SK실트론의 IPO 재추진설은 총수익스와프(TRS) 이슈와도 연결되는 상황이다. 최근 '라임 사태' 등으로 TRS 논란이 가중되면서 당국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만큼, 대기업들에도 영향 미치는 분위기인 까닭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총수가 TRS 등을 통해 간접보유한 지분을 '일감 몰아주기' 심사에서 실질 보유분으로 간주하는 심사지침을 마련한 점도 SK실트론 IPO가 당겨질 수 있는 요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비상장사)를 초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SK㈜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다.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SK실트론의 상장이 거론되는 것도 최태원 회장의 TRS 계약과 연결된다.
SK그룹에서 SK매직 IPO에 대한 의지는 확인되지만, 순번이 늦어질수록 발행사인 SK매직과 모회사인 SK네트웍스 그리고 주관사단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SK매직의 지난해 매출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8000억원을 넘어선 것도 초조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잠정 집계 결과이긴 하지만 렌탈 누적 계정도 180만 계정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해당 실적을 반영해 올해 예정대로 IPO를 나서는 편이 에쿼티스토리(equity story; 상장 청사진)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측면에서 좋아서다. 코스피 지수가 회복된 것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발행사와 주관사단에 호재로 인지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렌탈 시장은 1위인 웅진코웨이에 이어 SK매직과 LG전자, 쿠쿠, 청호나이스 등이 '2~3위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SK매직이 독보적인 2위 자리 굳히기 위해선 적기에 IPO를 하고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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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