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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들어 '잘 나가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카카오가 첫 손에 꼽힌다. 숙원이던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고, 은행 대주주 지위까지 손에 넣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힌 카풀을 제외하면, 모빌리티 등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런 성공들이 오롯이 카카오의 저력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많다. '이게 가능해?'싶은 이슈에 대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 해결해준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감청 사태'로 이전 정부와 척을 졌던 카카오가 정권 교체 후 새 정부와는 밀월관계가 됐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의 더불어민주당행(行)은 이런 밀월 관계의 '결실'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카카오뱅크 재임 시절에도 금융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어내는 역할을 맡아왔다. 4월 총선 대비 공개 영입인재로 민주당에 들어간만큼 국회의원 뱃지를 달 가능성은 크다. 입법권을 갖춘 카카오그룹 출신 인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 정권에서 라이선스를 허가해 준 사업이다. 그러나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건 이번 정부다. 전 정부 시절에는 오히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은행지주회사로서 우선권을 쥐고 있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이대로 카카오에 대주주 승인이 나지 않아 우리가 카카오뱅크를 계속 경 영하게 돼도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기업식 사업 확장 논란에 '총수'로 의사결정권이 모이는 재벌식 지배구조, 여기에 정부 및 집권여당과의 밀월설까지. 카카오는 이미 혁신을 잃고 기성 기업과 다를 게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 정부와 카카오간의 인사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선임됐고, 지난 2018년에도 선근형 카카오 미디어파트장이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지난해엔 더불어민주당 카풀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던 권칠승 의원의 보좌관이 카카오의 대외협력실에 입사하기도 했다.
민간과 정부ㆍ여당의 인재 교류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사 교류와 카카오의 성장이 별개의 사안이라고만 보기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카카오에 대한 '특혜 논란'이 유난히 끊이지 않았다.
당장 지난해 말엔 법제처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면죄부를 줬다. 해당 위반 행위가 2016년 3월에 일어난만큼, 2016년 6월에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카카오는 2016년 대기업집단 관련 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목록을 누락했다. 검찰은 이를 고의라고 보고 김 의장을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심사를 중단했는데,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 다시 심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2심까지 무죄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의 관련법 위반 이슈로 심사 속행이 어려웠는데, 법제처의 유권해석 덕분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걸림돌이 없게 됐다.
앞서 계열사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역시 카카오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심사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카카오M는 2016년 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벌금형을 받았는데, 금융위원회는 2018년 카카오가 카카오M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법적 책임도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는 카카오M이 합병 소멸된데다 해당 이슈가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로부터 경영권을 매입하기 전에 일어난 일인만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금융위가 이런 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앞서 2003년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당국의 태도와는 정 반대다. 당시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지분과 관계없는 론스타 계열사들의 금융관련법령과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전수조사했다. 추후 일부 위반이 확인되자 적격성 박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또 달랐다. 카카오뱅크 주주 변경 안건에서 금융위는 '자격 심사 대상은 지분을 직접 보유할 당사자 법인(카카오)만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2003년 당시와 시차가 있긴 하지만, 이중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결정은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조차 강한 어조로 비판할 정도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일각에서 '민주당이 나서 카카오의 앞길을 정리해준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와중에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법인택시회사를 매입하며 공유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민주당과 택시업계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참여했고, '웨이고블루' 택시 등에 IT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이득을 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이명박 정부때의 개인정보 제공 사태, 박근혜 정부때의 감청 논란 및 사용자 이탈을 거치며 '대관 업무'의 중요성을 절감했을거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이석우 전 대표가 감청논란으로 물러난 후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 30대 임지훈 대표를 내세웠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시기 카카오 주가는 17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수직 낙하했다.
편법과 혁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하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으로서 '걸면 걸리는' 규제의 늪에 빠져본만큼,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 여민수ㆍ조수용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는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조직인 대외협력실(ER실)을 강화하며 언론계ㆍ정관계 인사 영입에 나섰는데, 이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만들어낼 '정경유착' 논란이다.
카카오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미 특혜 논란에 여러번 휘말렸고,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나면 더 큰 논란에 시달릴 것이다. 전 정부의 사업을 적폐로 몰고 협력한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정치 문화가 정착한다면, 향후 오히려 큰 외풍(外風)에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다.
카카오는 이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카카오만의 색채는 없고 문어발식 확장만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배구조도 김범수 의장을 '총수'로 한 재벌식 경영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정경유착 논란까지 더해진다면 20세기식 재벌과 큰 차이가 없는 모양새가 된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결국 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19만명의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조차 해외에 세운 암호화폐 거래소를 카카오가 관계사인 두나무를 통해 국내에서 설립하고 영업(업비트, 대표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할 때 '정치권에 든든한 뒷배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많이 돌았다"며 "지난 정부때 '잘 나갔다'고 누구나 말하던 효성과 롯데 등의 지금 모습을 보면 카카오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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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4일 16:29 게재]
입력 2020.01.15 07:00|수정 2020.01.16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