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사장, 'M&A·디벨로퍼·베트남'로 승계 트랙레코드 시작
입력 2020.02.03 07:00|수정 2020.02.03 18:07
    허윤홍 GS건설 사장, 대내외 활동 가속화
    승진 직후 모듈러 3사 인수 깜짝 발표
    'M&A'·'디벨로퍼'·'베트남'으로 성과 노려
    차후 건설 부문 승계 영향력 확대 관측
    • GS그룹의 ‘4세 오너 경영인’이자 신년 인사에서 사장에 오른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추진부문 사장의 성과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3세’ 허태수 회장 체제가 시작되자 일부 4세가 그룹을 떠나거나, 상대적으로 대외 행보를 줄인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철저한 ‘가족 경영 체제’로 수식되던 GS그룹에서 허 사장의 대외 노출이 계속 이뤄지는 것도 가풍상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3년 상무 승진 이후 그룹 전면에 나설 채비를 해오던 허윤홍 사장이 본격적인 ‘치적 쌓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본다.

      최근 GS건설은 유럽과 미국의 모듈러 주택(조립식 주택) 회사 3곳 인수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이 중 인수 금액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폴란드 단우드(약 1800억원) 뿐이다. 특히 미국 철골 모듈러 회사의 경우 딜(Deal)이 완전히 체결되지 않았는데도 ‘2월 말 예정’이라는 표현과 함께 한 번에 발표됐다. 회사 측은 과정상 다소 이른 인수 소식 속에서 허 사장의 역할을 인용구로 부각하며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기간 허 사장은 2차전지 재활용 사업, 인도 태양광 사업 진출 등 연일 ‘신사업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승진 한 달 만에 갖가지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룹 내외부에선 '준비된 작품'이란 분석이 다수다. 현재 시장에서 나오는 GS건설의 신규 진출 사업들의 탄생은 허 사장이 전무 시절이었던 2018년 7월, 신사업 추진실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 과정에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당시 허 사장이 있던 신사업 추진실로 2010년대 초반에 사장됐던 프로젝트까지 보고가 들어갔다”며 “시스클라인(공기청정시스템)이나, 자이S&D 상장 전후의 신사업들 모두 신사업 추진실의 관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중 특히 허 사장이 공을 들인 부분은 ‘M&A’, ‘디벨로퍼’, ‘베트남 신사업’ 세 가지다. 이번 모듈러 M&A는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은행(IB) 관계자들 사이에서 “GS건설이 해외 주택업체 매물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상당했다. 토지주택 가격 상승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추세를 고려해 ‘신사업’이라는 방점에 가장 적합한 후보군임을 고려했고, 허 사장이 사업화 검토 과정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을 고려하다가 M&A를 통해 사업을 풀어나가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유럽과 미국의 현지 사업체 인수로 수렴됐다.

      ‘디벨로퍼’의 목표는 자회사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GS리테일을 마지막으로 8년간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던 GS그룹은 허 사장의 관여 아래 GS건설의 종합부동산 개발회사 ‘자이S&D’를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켰다. 최근엔 또 다른 자회사인 자산운용사 ‘지베스코’가 법인 등기를 마치고 현재 사모전문 운용사 등록 절차의 마무리 과정에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양 사를 활용한다면 경직된 조직인 대형 건설사가 시도하기 힘들었던 투자개발사업의 자금 운용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남은 성과 스토리의 핵심으로는 ‘베트남’이 지목된다. 아직 시장의 재조명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허 사장의 신사업 추진실이 ‘부문’으로 확대 재편되고, 사업관리실장을 겸직하게 되며 해당 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직급 역시 사장 승진을 통해 건축주택부문과 인프라부문 대표들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권한을 가진 상황이다.

      GS건설의 ‘베트남 신사업’은 지난 수년간 사실상 사장된 사업으로 꼽혀왔다. 베트남 사업의 대표 프로젝트인 ‘냐베 재개발’은 호치민 시 냐베군의 약 330만㎡(100만평) 부지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4년 호치민 시 인민위원회와 MOU를 체결하고 직접 부지를 매입해 각종 연계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GS건설의 ‘숙원 사업’으로 남아 온 곳이다. 이곳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2년 베트남 경제 위기를 거치며 약 8년간 사업이 중단돼왔다.

      분위기는 지난 2018년 5월 호치민 시가 다시 냐베 부지 이양을 추진을 재개하며 반전됐다. 그사이 베트남 부동산 시장가치가 높게 뛰어오르며 호재가 예상됐고, GS건설과 자이S&D가 인구 6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재개발 지구 개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개발 예상 매출액만 6조1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가량에 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돈으로 베트남 부지 매입가들이 5000억원 수준으로 낮았는데, 현재 땅값만 5배가 넘게 올라서 실패하기 어려운 사업들이다”며 “본격적인 성과로 잡히기 시작하는 시점이 허윤홍 사장의 체제 아래일 것이고, 마무리만 되면 최대 성공 이력으로 남아 고스란히 건설 부문 영향력 확대 차원으로 이어져 그룹 내 영향력도 한층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