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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결국 스마트폰이다. 19분기 연속 적자다. 5년 가까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MC 사업부가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은 3322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1000억원 이상 더 손실을 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었다지만 시장 탓만 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고 애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가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내놓은 대응 방안은 원론적이다. 프리미엄은 물론 준프리미엄, 보급형 등 5G 제품을 적극 출시해 북미, 유럽, 한국, 일본 등의 전략 시장에서 5G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한다.
프리미엄 부문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의 대항마가 사실상 없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폴더블폰 같은 혁신 영역은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라인업을 더 촘촘하게 확장하는 것도 이미 삼성전자가 뛰어들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SE2 같은 보급형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보급형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에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이고 어떤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할까. IT업계에선 LG전자가 언급한 ‘매스(대중)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서부터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을 갖춘 제품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내놓으면서 ‘디폴트’ 옵션이 됐다. 당연한 것을 해보겠다는 얘기다.
그런 불만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021년에는 차별화된 혁신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다시 한번 공언했다. 컨퍼런스콜에서 신재석 LG전자 MC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 팀장은 “(이를 통해) 시장 지위를 회복하고 동시에 고객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서 선순환 사업구조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구조개선 노력과 함께 이러한 매출 확대가 현실화된다면 의미 있는 사업 성과 개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낭만적인 계획이다. 2020년이 막 시작했는데 "2021년에 진짜 괜찮은 제품을 내놓을 테니 1년만 더 기다려달라"고 한다. 경쟁자들은 지난 몇 년전부터 6개월마다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언팩 행사를 하는 마당이다. 그동안 LG전자가 투자자들에게, 또 소비자들에게 공언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짧은 1년 동안 LG만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미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단순히 폰 몇 대를 더 많이 파는 게 아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더 멀리 내다보며 그 변화를 주도하려는 경쟁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여전히 제조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모두가 삼성전자, 애플처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을지,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결국 원론적인 고민으로 돌아간다. 소비자들의 성향은 초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극화하고 있다.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LG전자의 진짜 경쟁자는 중국 기업들이고 그럼 얼마나 더 괜찮은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일각에선 LG전자 스마트폰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가전의 성공이 MC사업부에 독이 됐다는 평가다. LG전자 스마트폰의 모든 사업부가 프리미엄화가 되고 있는데 스마트폰 사업부만 반대 길을 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때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실패 원인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떠넘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잘못된 컨설팅 때문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결정은 기업이 하고 결과 책임 역시 경영진의 몫이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MC사업부가 단 한 번의 흑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어떤 책임을 졌는지, 이사회는 경영진 구성에 혁신을 꾀했는지, 최종 결정권을 쥔 오너 경영인들은 어떤 방향성을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정말 궁금하다.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은 또 1년을 더 기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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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03일 07:00 게재]
입력 2020.02.04 07:00|수정 2020.02.05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