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0조원 넘는 곳 10개사 불과
지주사 중심으로 '오너 이슈' 확보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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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은 가운데,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 기업 스터디에 한창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 정책적으로 이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들이 현금보유액 등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된 게 배경으로 꼽힌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활동을 모니터링을 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소통을 늘리는 등, 활동 반경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넓히고 있는 추세가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 기업의 '오너 리스크'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A펀드 관계자가 국내에 방문,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주환원이 적거나, 지배구조에 이슈가 있는 몇몇 국내 기업들의 상세 현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KCGI의 요진건설 투자 사례나 한진그룹 투자 배경 등에 대해 모니터링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나 '파랄론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미국계에 비해선 국내 시장에 알려진 정보가 적다. 지난 2017년 진행된 일본 도시바의 대규모 유상증자에서 참여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에피시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비교적 알려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당시 헤지펀드 참여주주 명단에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과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국내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 '쿼츠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이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로 활동 중이지만, 현재까지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한 사례는 현재까지 이슈화된 게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 증시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우선 국내 기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분위기가 꼽힌다. 국내에서도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된 이후 2018년을 기점으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늘고 있어,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 이어 한국도 행동주의 헤지펀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들은 특히 지배구조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력과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전제로 ▲지분 다툼 여지 ▲대주주의 경영 간섭 ▲지분구조 취약 등 오너 일가 관련 이슈를 꼼꼼히 살펴, '틈새'를 공략할 것이란 관측이다.
SK㈜나 롯데지주 등 오너 기준 우호 지분(의결권 有)이 40%를 넘지 않을 여지가 있는 '지주회사'들의 가치 재평가에 특히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그룹의 지주사 성격을 띄는 현대그린푸드와 KCGI가 지분을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등도 검토 기업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가령 SK㈜가 시가총액은 16조여원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 중에서 가장 큰 편이지만, 증권가에서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만 5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저평가된 상태임을 방증한다"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오너 일가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그룹을 지배하게 된 셈이라,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런 부분에서 접근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대비 주요 기업의 주가가 낮은 편이라는 점도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갖는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긴 업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것에 비해 시가총액 규모가 유난히 작다는 지적이다. 단편적인 사례지만 2003년 설립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시가총액만 해도 160조여원을 상회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수준은 라이선스 가치나 경쟁력 대비 '제 값'을 못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 중 시가총액 1위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하 보통주 기준)은 352조여원 규모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도 10위권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인 SK하이닉스는 70조여원 수준으로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크다. 국내에서 시가총액이 '세 자리 수'의 조 단위인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 중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20조원이 넘는 곳은 10개사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이 중에서 4곳은 삼성 계열사"라며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시각에선 한국 기업은 오너 리스크가 특히나 취약하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라, 이런 부분에서 시가총액 저평가의 원인을 찾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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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05일 11:0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