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관장 주장 수용시 최태원 회장과 지분율 고착 2%p로
소버린 분쟁땐 '백기사' 활용했지만…수천억 법인세 부담으로
경영권 방어 외 지배구조 변화 '올스톱'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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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이 재판장을 넘어 일부 글로벌 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노 관장의 분할 요구가 그대로 받아질 경우, 최대 주주와 새로운 '외부인' 간 지분율 격차는 고작 2%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현 주가를 가정할 경우 1조원을 투입하면 주요주주에 올라 국내 3대 대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장'이 열리는 셈이다.
SK그룹에선 최악의 경우 소버린과의 분쟁 사례처럼 자사주를 활용한 백기사 초청을 검토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카드를 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 규모 사내 재원이 세금으로 고스란히 소요될 수 있다. 공격 측에선 "최대주주의 사생활 문제로 회사의 재원이 소요됐다"는 주장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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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공부' 돌입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
IB 업계에 따르면 일부 행동주의(Activism)를 표방한 글로벌 운용사에서 SK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두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지배구조 전문가들에 향후 대주주의 분쟁 여부에 따른 이벤트들을 문의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최근 SK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보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간 이혼소송이다. 그간 이혼에 줄곧 반대했던 노 관장은 지난해 12월 입장을 바꿔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조건으로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18.44%) 중 42.29%를 분할하라고 요구했다.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노 관장은 7.8%에 달하는 SK㈜ 지분을 보유해 단숨에 2대 주주로 뛰어오르게 된다. 개인 최대주주인 최 회장과 지분율 격차도 2%포인트정도로 좁혀진다. 최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이 29.62%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해오던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일정부분 균열이 생기게 된다.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주가 부양을 통한 시세 차익을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선 해당 시기 지분을 늘려 노 관장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 할 수 있다. 물론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의 경우 분쟁 이전 시가총액이 1조원 중반 수준에 그쳤지만, SK㈜은 시가총액이 17조원에 달한만큼 접근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미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에까지 손을 뻗친 엘리엇을 비롯 글로벌 플레이어를 고려할 경우 안심할 상황은 아니란 반론도 나온다. 그룹이 보유한 반도체·정유·통신 등 포트폴리오 측면을 고려하면 오히려 향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력은 분쟁이 진행중인 한진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물론 향후 분쟁 여부에 따라 주가는 급변하겠지만, 현재 기준으론 산술적으로 3조원 가량을 투자하면 지주사 지분 20%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 3위 그룹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는 열린 것"이라며 "현재 지주사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데엔 투자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블룸버그의 표현대로 ‘어떤 주주도 반대하지 않는 억만장자의 이혼(The Billionaire Divorce No Shareholder Can Resist)’은 더욱 현실화 될 예정이다. 해당 매체는 "한국 3위 재벌의 헐리우드급 이혼은 침실(bedroom)보다 이사회실(boardroom)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에게 이 가족의 불화는 음악으로 들릴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소버린 땐 자사주가 '구원 투수' 였지만…
시장에선 SK㈜가 보유한 막대한 자사주(25.46%)가 경영권 방어의 일종의 안전판으로 간주됐다. 보유한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하거나 주식 교환을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켜 백기사로 포섭하는 방안이다. 실제 SK그룹도 2003년 소버린과의 분쟁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약 4.5%를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에 매각해 우군으로 확보했다.
문제는 당시처럼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연기된 세금 부담이 되살아 나는 점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과거 옥상옥 회사였던 SK C&C를 통해 자사주 매입 등으로 SK㈜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2000년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SK(주) 지분 8.57%를 확보한 이후 2004년 해당 지분을 11.16%까지 늘렸다.
지분율이 대폭 증가한 기점은 지난 2007년 SK㈜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다. SK㈜는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를 SK㈜사업회사와 SK에너지(지금의 SK이노베이션)로 분할했다. SK㈜ 지분을 보유중이던 SK C&C는 분할 비율에 따라 양 사 주식을 모두 교부받았다. SK C&C는 이 중 보유한 SK에너지 주식을 현물 출자해 SK㈜ 지분으로 교환했고, 이를통해 SK㈜ 지분율을 25.42%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SK C&C가 최초 취득한 금액과 현물출자시 가격간 양도 차익의 일부를 법인세로 납부해야 했지만 과세가 연기됐다. 조세특례제한법(38조의2)에 따르면 지주회사를 설립·전환하면서 보유한 주식을 현물로 출자해 바꾼 지주사 주식은 처분할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납부 시점을 미룰 수 있다. 이연 기간 동안의 이자도 면제된다. SK C&C는 이후 SK㈜ 지분율을 31.8%까지 확보했고, 지난 2015년엔 양사 간 합병을 단행했다. 최종적으로 해당 지분은 합병법인(현재 SK㈜)의 자사주 15.7%로 전환됐다.
이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하거나 주식으로 교환할 경우 미뤄진 세금을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보고서를 통해 SK㈜가 이 과정에서 납부해야할 세금만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버린 사태 때와 달리 외부 백기사를 초청하기엔 회사에 일정정도 부담이 지워지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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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고스란히 공격측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을 공격한 소버린은 당시 금융권의 백기사 참여을 두고 소송을 이어왔다. 앨리엇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과정에서 KCC의 백기사 초청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를 결정한 이사진 구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선 자사주가 외부에 분산될 경우 배당이 축소되는 만큼 기업가치 측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본질적으론 방어 측이 "대주주의 사생활 문제로 인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만한 손해를 감내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 내에선 올해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소송 결과에 따른 경영권 방어로 초점이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에 따라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가장 손쉽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SK실트론 보유 지분(29.4%)의 처리방안도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자문사를 통해 PEF 등으로의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중단되기도 했다.
그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이전 문제 등 지배구조를 둔 고민 등 모든 프로젝트들도 원점에서 검토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나서 "올해 두 곳의 자회사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룹의 경영권 정비를 우선할 지주사 입김이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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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