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방식' 개편으로 대형 시공사 타격
지난해 벌점 1위 삼성물산∙현대건설 우려
"진행 중인 정비사업 일정 꼬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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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일명 ‘부실 벌점제’ 개편으로 일컬어지는 건설기술진흥법을 입법예고했다. 주택협회와 건설협회 등 건설사 소속 단체들이 강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벌점 산정 방식의 특수성을 원인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 평균 벌점(누계) 1위를 기록한 삼성물산과 벌점 건수 1위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이 그렇다. 개편이 강행되면 작은 벌점 차라도 2위와의 격차가 급속히 벌어지게 돼 사업 지연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부실공사 예방을 위한 벌점제도 개편이 주를 이루는데, 핵심은 산정 방식에 대한 개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벌점 방식이 ‘평균 방식’에서 ‘합산 방식’으로 개편되며 연대를 이루는 컨소시엄 사업의 경우 벌점 부과 대상을 출자비율이 아닌, 일괄 부과 형태로 바뀐다.
10개의 건설 현장에서 2개 현장 내 벌점(각 1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는 전체 점검 사업장 대비 비율을 고려해 0.2점으로 계산됐지만 앞으로는 단순 합산으로 벌점은 2점이 된다.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일수록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벌점이 쌓이는 구조로 대형 시공사에 불리하다는 평가다.
주요 타깃은 벌점 유효 기간이자 현 공시 기간인 최근 4분기(2017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동안 가장 높은 누적 평균 벌점을 기록한 삼성물산과, 부과 횟수로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이 될 전망이다. 개편이 실제 진행된다면 지금까지 작은 점수 격차를 유지해오던 건설사들 간의 누계 벌점이 더욱 큰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 국토부의 계획 상 개편안의 벌점은 새롭게 쌓을 예정이지만, 수주산업인 건설업종의 특성과 과거 이력을 비췄을 때 쉽사리 현 상태가 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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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누계 평균벌점 0.42점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중 가장 높았다. 직전 분기 공시(지난해 9월)에서도 1위 수치였던 0.59점에서는 다소 떨어졌으나 여전히 평균 0.1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타 경쟁사들과는 차이가 크다. 벌점별 실질적 공사 내용이나 컨소시엄의 구조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개편안에 따른 단순 치환 상 삼성물산의 벌점은 6점대를 넘어선다.
벌점 부과 횟수로는 현대건설이 앞선다. 유효 분기 내 벌점 부과 횟수는 총 14회로, 직전 공시(13회)보다 늘었다. 누계 벌점(0.18)은 경쟁사 대비 소폭 높은 수준에 그치지만, 누계 부과 횟수로는 평균 3배 가까이 높다. 지난 2018년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0.685)와 지난해 하반기 국토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0.84)과 한국철도시설공단(0.8) 등에서 받은 현장 벌점들이 주요했다. 개편안을 기반으로 가정한 현대건설의 벌점은 11점에 육박한다.
상위 건설사의 반발은 강하다. 사업장 자체가 많아 벌점 부과를 피할 수 없는 데다, 벌점이 수익성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탓이다. 통상 벌점이 누적된 건설사들은 공공 공사 입찰 참가 시 불이익을 받는다. 여기에 주요 건설사들의 핵심 사업인 재건축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벌점이 누적되면 검사 일정이 밀려서 짓고 있던 아파트의 선분양을 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조합원이 시행을 하는 경우 선정한 시공사의 벌점 때문에 후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고 조합 입장에선 조달 금융비용부터 올라갈 텐데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반면 국토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벌점 체계가 너무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공사들을 대상으로 한 부실공사 벌점제는 타 부처의 전력기술관리법 등에 비해 효율성이 너무 떨어졌다”며 “안전을 위해 해당 법령 추진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최종 의견 수렴일이 3월 초로 다가오며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사 소속 단체들은 ‘개정 반대’ 입장을 정리하고 이른 시일 내 의견을 모아 국토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분양 공급을 틀어막겠다는 취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원안대로 복귀되지 않으면 대형 시공사들은 진행 중인 사업 일정이 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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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