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재상장 이래 주가 '최저'
단기 차입금 '3조'…추가 자금소요 우려도
"산하 회사 회복 못하면 지주 역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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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 역할론’에 대한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이 재무적 위기에 빠질 때마다 증자에 나서며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해 왔지만, 누적된 차입금과 상장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는 지주사 자체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 방안을 제시하며 시장 관심을 환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지주 본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는 창사 이래 첫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5월까지 발행 주식 수의 3% 상당에 해당하는 48만8000주(금액기준 약 1300억원)를 취득 후 소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향후 3년간 배당 성향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배당 정책도 내놨다. 배당금은 주당 1만8500원 상당으로, 총액은 약 27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 수준은 지난 2017년 재상장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분할 상장 이후 48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3년 사이 20만원대로 떨어져 주주환원책이 발표되던 시기엔 역대 최저가(26만25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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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우하향을 그려온 데는 주요 자회사와 관계사들의 재무적인 지원 역할이 영향을 끼쳤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 약세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대두되면서부터였다. 인수 자금 조달 계획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 존속법인(현 한국조선해양)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2500억원 상당의 금액을 투입받게 됐고, 여기서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율(30.95%) 상당인 약 4000억원을 담당하게 되며 주가가 3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재무위기에 빠진 계열사 현대일렉트릭(지분율 37.74%)이 지난해 9월 밝혔던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 연말 지주가 초과 청약(120%)을 진행했고, 주력 자회사로 손꼽히는 현대오일뱅크마저 정제마진 불황으로 인해 실적 약세가 예상되며 연초 또다시 20% 가까운 주가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실적과 차입금 부담은 커졌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난 4분기 실적은 매출액 6조7851억원, 영업이익 1006억원을 기록하며 증권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당초 2000억원대로 추산되던 영업익이 떨어졌는데, 현대오일뱅크의 업황 부진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주의 차입금 규모 역시 올해 단기차입금과 비유동부채가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주가와 차입금 양측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책 사유에 대해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했다”며 “지난 12월 아람코에서 받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대금과 현대오일뱅크의 순이익을 통해 자금 여력 역시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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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유사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은 지주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역할이라지만 회사의 자금 충당 계획이 다소 모호하게 제시됐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체 차입금(2조 8000억원)을 감안할 때 차입금 의존도가 33.7%에 달한다. 지주사 출자액의 가늠자인 이중레버리지 비율 역시 143.3% 수준으로 높은데, 회사측 추산을 반영하더라도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상당하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사 측이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대금 1조4000억원을 재무여력의 근거로 제시했는데, 영업부문 현금창출규모를 합쳐도 자금소요 대응에는 부족하다”며 “주주환원책 자금을 제외하더라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만 1조3000억원이고 4000억원 상당의 한국조선해양 유상증자 금액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선택지가 적다. 지주가 자금 여력을 갖추기 위해선 자회사의 현금창출력을 기반한 배당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사실상 연결 매출의 80%를 상회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업황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단기적으로 실적 반등의 기미가 있지만, 석유화학 사업 비중 50% 확대를 목표로 2600억원 투자를 단행하는 등 역으로 추가 자금 지원의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관계회사로 분류돼 지분법 손익에만 포함되지만 지주 NAV(순자산가치)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조선해양 역시 인수 이후의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하다. 반면 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비용을 절감했지만, 당초 호재로 꼽혔던 IMO2020(국제 황산화 배출규제)에 대한 선박 발주량이 예상보다 적어 수익성 회복은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지주 관련 연구원은 “지주사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계열사를 지원하면서도 자신의 주가와 재무여력을 관리할 수 있는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주가라는 급한 불은 끄게 되겠지만 결국 산하 회사들의 기반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지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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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