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비즈니스라 유휴자산 등 부재
계열사 합병 등 여러 '방안'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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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가 자본 확충의 '늪'에 빠졌다. 앞서 해외법인 지분 일부를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나섰으나 회사의 재무안정성은 재차 악화된 상황이다. 자본 확충 노력이 '도돌이표'가 되면서 그룹 차원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CJ CGV의 지난해 연결(잠정 실적) 기준 부채비율은 642.9%이다. 직전 분기의 부채비율이 722.8%인 것을 고려하면 줄긴 했지만, 지난해 11월 CGI홀딩스 지분(28.57%)을 FI에 3336억원에 매각 후 현금이 유입되면 부채비율이 450% 내외로 예상되던 것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
해외법인 지분 매각으로 CJ CGV에 유입된 자금은 약 1800억원으로 추정된다. CJ CGV가 앞서 1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바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난해말 별도기준 CJ CGV의 차입금 규모는 직전 분기 대비 1130억원 줄었으나, 여전히 3280억원에 달해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2018년에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이어 2019년엔 해외법인 지분 매각 등 자본 확충 노력을 했음에도 2390억원의 순손실 발생으로 효과가 상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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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에 대한 자본 확충 필요성은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리스회계기준(IFRS 16 Leases) 적용 후 리스료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CJ CGV가 자본 확충으로 재무지표를 개선하지 않으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한 상태다.
문제는 CJ CGV가 활용할 수 있는 재무 개선 방안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사업 특성상 활용할 만한 유휴자산이 없는 데다, 제조업이 아니라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구채 발행이나 FI 유치 등 그나마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카드도 이미 사용해본 상황이라 새로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자본 확충에 사용할 재료가 마땅치 않다 보니 CJ CGV 역시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 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언급은 조심하는 눈치다.
CJ그룹이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CJ CGV의 자본 확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CJ제일제당은 '가양동 유휴부지'처럼 큰 돈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있었지만, CJ CGV는 사업 특성상 임차 형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산부터가 차이가 난다. 또한 영화관 비즈니스는 사업을 축소할 수 있는 것 역시 한정적이다.
CJ㈜가 CJ CGV 지분 39.02%를 보유한 지배회사라 차입 부담이 덜한 유상증자를 단행해 직접 수혈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CJ CGV의 자본 확충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모양새라 쉽지 않은 결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 ENM 등 CJ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지배회사가 피지배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준 바 있어 추가 방안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CJ㈜나 CJ CGV의 주가를 고려했을 때 신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며 "영구채와 해외법인 지분 매각 등 그동안의 자본 확충 효과가 약한 상황에서 내년에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현금유출도 불가피한 만큼 차별화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영화 '기생충' 계기로 CJ ENM과 CJ CGV의 시너지를 재확인하면서, CJ ENM과 CJ CGV의 합병도 '돌파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디어·커머스' 시너지를 명목으로 과거 CJ 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한 사례가 있듯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CJ ENM이 영화 '극한직업'과 '나쁜 녀석들'처럼 자체 기획 작품을 확대해 수익성 제고를 꾀하는 만큼, 의미 있는 '관객 수' 달성을 위해선 CJ CGV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현재 CJ ENM과 CJ CGV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CJ㈜가 각각 40.07%와 39.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지배하는 형태다. 두 회사는 CJ㈜를 기준으로 병렬구조인 셈이다. 최근 지주사의 힘을 빼고 있는 상황 속에서 CJ ENM과 CJ CGV의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CJ CGV가 체질 개선과 함께 CJ ENM의 사업 부문으로 들어가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CJ CGV를 둘러싸고 매각설이 나오는 등 그룹 내 입지가 약했는데, 영화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있어서 CJ CGV 기여한 바가 크다 보니 그룹 내에서도 재평가되는 분위기"라며 "CJ그룹에서 CJ CGV를 매각할 게 아니라면 자본 확충 방안 외에도 계열사 합병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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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