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제고 및 타이밍 고려시 의구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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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콘텐츠 단지 투자 효과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파주에 조성되는 콘텐츠월드 외에 자회사 CJ라이브시티가 일산에 복합테마파크를 지휘하면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CJ ENM의 수익성 제고나 타이밍을 고려했을 때 합당한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이 순탄치 않을 경우 CJ ENM의 부담이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CJ ENM은 제작 및 편성한 영화(극한직업·기생충 등)와 드라마(호텔델루나·사랑의불시착 등)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콘텐츠 관련 단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비 3200억여원을 들여 축구장 32개 크기의 콘텐츠 제작과 체험, 관광이 결합한 복합문화시설을 파주에 한창 조성하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 1단계 사업이 완공될 예정이다. 자회사인 CJ라이브시티는 일산에 한류콘텐츠 관광단지(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경기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 규모는 1조9000억여원이며, 이미 CJ ENM이 수백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준 상황이다.
파주 콘텐츠월드는 대단위 스튜디오, 특수촬영 스튜디오, 상설 스튜디오, 야외 오픈세트 등 20여개의 스튜디오가 설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장소 섭외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커머스에서 거둘만큼 주력인 미디어의 실적이 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제작 관련 투자보단 제작비 통제와 함께 디지털 전환에 올인하는 게 실익이 있다는 게 시장참여자들의 진단이다.
특히 지분 90%(보통주)를 보유한 CJ라이브시티의 복합테마파크 투자 성과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최첨단 원형 공연장인 아레나를 건설하기로 협약하는 등 판이 커진 상황이라, 경기도의 사업 변경계획안 승인 후 CJ ENM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졌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모회사인 CJ ENM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CJ그룹 측에서는 경기도 승인 이후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통해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 CJ ENM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복합테마파크 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만큼, FI 섭외에 난항을 겪으면 그 부담은 오롯이 CJ그룹과 CJ ENM으로 이어진다. 성장 정체로 제작비 외 전반적인 비용 통제가 중요한 시기인데, 오히려 '출혈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셈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8년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PF 조성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PF에는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 및 보험사들이 참여했다가 PF 규모가 커지는 데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투자업계에선 당시 1조4000억여원 중 7500억원을 PF로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던 만큼, 아레나 등 새로운 사업계획으로 사업비가 1조9000억~2조원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FI 조달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J라는 대기업 딜이라는 메리트는 있지만 투자금 회수를 고려했을 땐 사업 자체가 매력이 떨어지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CJ ENM를 포함한 CJ 계열 전반적으로 '비용 관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내실을 다질 타이밍에 인수합병(M&A)에 비용을 투입하거나, 외형 확대 효과가 나타나야 할 시점에 비용 관리가 안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CJ ENM의 미디어·음악 부문이 현재 부진한 이유 역시 트렌드 변화 속에서 비용 통제를 고려하지 않고 외형 성장에 집착한 탓이란 쓰린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 ENM과 CJ그룹 입장에선 '기생충'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오른 데다, 해당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때 오너의 숙원 사업에 속도를 낼 '적기'로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유니버셜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복합테마파크들도 적자에 시달리는데, 냉정하게 CJ ENM의 (연결)실적 개선을 생각한다면 파주 콘텐츠월드나 일산 라이브시티 모두 우선될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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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