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액주주만 특정해 지분 인수 진행…기준 등 밝히지 않아
"목소리 큰 사람 지분만? 삼성 임직원 관계자 지분만?" 비판도
삼성 "합법적 절차에 따른 거래"…소재사 IPO 차단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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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Z플립 등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초박형 유리(UTG· Ultra Thin Glass) 생산업체 도우인시스의 지분율을 48%까지 늘렸다. 기존 주주 전체에게 지분 매각 의사를 묻는 대신 일부 개인주주들과 접촉해 지분 인수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전자 등 그룹 입장에선 본격적인 폴더블폰 양산 직전 소재업체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지분확대로 회사 통제력까지 낮은 가격에 확보했다. 업계에선 그간 삼성그룹의 협력사에 대한 제 1원칙으로 회자한 '상장(IPO) 통제'도 또 한번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는 평가다.
3일 삼성전자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우인시스의 지분율을 48% 확보해 종속기업으로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도우인시스의 자회사 지에프도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벤처투자와 결성한 신기술투자조합(SVIC) 펀드를 통해 지난해 12월 도우인시스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다. 130억원을 들여 기존 투자자인 벤처캐피탈(VC) W사와 P사의 지분 약 60만주(9.7%)를 확보해 최대주주(27.7%)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우인시스가 발행한 2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추가로 인수했다.
당시 이 투자는 업계에서 여러 논란을 야기했다. 폴더블 폰 출시를 위한 대규모 품질 인증(퀄)직전에 둔 상황에서 회사의 모든 기업가치와 매출이 결국 삼성그룹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경영권 매각 프리미엄 산정을 비롯, 여러 과정에서 동등한 협상이 가능했을지는 미지수라는 논란이 번졌다.
결국 갤럭시Z플립의 성공적인 출시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입장에선 M&A ‘베팅’에 성공한 셈이다. 납품 관계를 통해 장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 경영권을 선점, 큰 비용 소요 없이 소재업체를 내재화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이 지분을 27%에서 48%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의 협상 방식이 또 한번 논란에 섰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지분 확대 과정에서 이번엔 기관 혹은 VC운용사 지분이 아닌 경영진의 구주 일부와 개인주주들 ‘일부’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소액주주 전체에 의사를 물은 과정이 없이 몇몇 개인들과 접촉해 지분을 끌어모았다. 매입 가격은 지난해 말 수준(기업가치 1500억원 기준)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분 인수과정에서 모든 소액주주들에게 의사를 물을 의무는 없다”라며 “국내 산업 소재·부품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 등 여러 검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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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비상장사는 물론 상장사의 경우에도 M&A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나머지 소액주주의 인수해주는 텐더오퍼(Tender Offer: 공개매수조항)이 의무화 되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말 이를 활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회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거세지며 법정 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논란에 섰다. 그러자 삼성 측에선 소액주주 일부만 따로 접촉해 지분을 인수해온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전체 의사수렴은 없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거래 기술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지분이 유의미하게 많거나 목소리가 큰 주주들 지분만 사온 셈”이라며 “시장에선 '슈퍼개미'로 알려진 C씨, 다른 삼성전자 납품업체 대표이사 등이 지분을 팔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처럼 기준도 밝히지 않으면 삼성 측 임직원과 연관된 사람 지분만 회수해줬다는 비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지분확대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핵심 납품업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관계자들은 이번 지분확대의 가장 큰 목적이 도우인시스 기업공개(IPO)를 막는 데 있을 것으로 설명한다. 상장을 통해 독점 UTG 공급사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점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평가다. 상장 통제는 그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핵심 벤더업체에 대한 정책 1순위로 꼽혀왔다.
도우인시스 투자자 사이에선 삼성 측이 확보한 경영권을 활용해 회사의 기술 이전을 단행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 측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도우인시스의 기술을 이전받아 베트남에 구축하기로 발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을 통해 직접 UTG를 양산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Z 플립에 적용된 폴더블 유리를 ‘SAMSUNG UTG’라는 브랜드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히며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향후 2~3년간 도우인시스의 기술 없이는 안정적인 폴더블 폰 생산이 불가능하다”라며 “추후 도우인시스의 경쟁사들도 UTG 양산을 시작하는 등 독점 기술이 점차 범용화 돼 단가가 낮아질 때까진 삼성입장에선 통제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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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