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현금 1조 상회, 수익 내는 계열사는 한정
중견 건설사 특유 구조…택지 입찰용 법인 다수
"한진칼 주가 변동 심해 현금 고갈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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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예상 밖 '자금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방의 공공입찰 매물을 받아 시행하는 방식을 통해 부를 쌓은 반도그룹은 이제 KCGI의 주요 엑시트(Exit) 창구로도 거론된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연일 혼선을 빚고 있어, 이어지는 지분 매입이 되려 본업(건설업)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반도그룹은 최근 한진칼의 2대 주주(13.31%)로 올라섰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2010년 중반부터 쌓은 자산 덕분에 지분 매입은 어렵지 않았단 평가다. 반도그룹은 지주사 산하 핵심 건설사이자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반도건설 이외 연결기준 15개의 시행∙시공 관련 계열사가 포진돼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1조원 이상의 차입을 일으켜 공공택지 주택 사업에 집중해왔다.
성과는 현금 창출로 이어졌다.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을 추산할 때는 현금성 자산과 분양 미수금 내 수익분, 그리고 영업이익을 합산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지난 2018년 연결감사보고서를 통한 반도그룹 계열 합산 영업이익은 약 8000원을 상회했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던 약 2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1800억원 상당의 분양 미수금 실질 수익을 고려한다면 가용 현금은 1조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표면적인 계산과는 달리, 실제 각 계열사들의 현금 동원 능력은 크지 않다. 반도건설은 지난 2018년 매출액 1조 5662억원, 영업이익 3029억원을, 지주사 반도홀딩스는 34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의 실질적인 수익을 담당해왔다. 반면 한영개발, 대호개발 등 한진칼 지분 매입에 주요히 참여했던 회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00억~2600억원대, 610억~660억원대로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실적 차이는 크지만, 이들 회사는 다산신도시(한영개발), 울산 송정(대호개발) 등 분양수익을 내고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13개 회사들의 대다수는 매출액이 없거나 영업이익 50억원 이하로 실적을 내고 있지 못했다. 현금성 자산 추이 역시 반도건설(323억원), 반도씨앤에스(385억원)등 일부 4개가량의 법인을 제외하고는 보유한 것이 없다. 이번 지분 매입에서 특정 회사들(한영개발, 대호개발 등)만 동원된 이유도 실질적으론 ‘가진 돈의 차이’였던 셈이다.
원인은 중견 건설사 특유의 사업구조가 지목된다. 반도건설은 1980년 부산에서 설립된 지방 건설사로, 신도시 등의 개발에 있어 통상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 주택공사(LH) 공공택지를 수주한 뒤 분양 차익을 내며 성장해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출자 규제 탓에 입찰에서 계열회사를 설립하거나 동원하기 어려운 반면 중형 건설사들은 합법적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수십 곳의 계열사를 동원, 입찰을 따내고 계열사끼리 가격을 깎아 전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도건설을 포함해 중흥건설, 호반건설 등이 계열사를 동원해 필지 수의 30%를 차지하며 6조원이 넘는 분양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 같은 입찰 시도를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
이런 배경 탓에 한진칼 지분 매입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의 정점인 반도건설이 지난 2017년 1조 93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뒤 하향세를 걷고 있고, 악화된 경기 탓에 LH가 공급하는 택지 수익성이 양극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주택협회와 LH를 중심으로 공공택지 입찰에서 실질 분양 실적이 500세대 미만인 법인은 공공입찰에 지원할 수 없게끔 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계열사 간 공공택지 전매 허용 범위를 줄이는 입법 예고안을 꺼내들어 기존까지의 수익 방식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반도건설의 현금 동원력 자체는 우수하고, 부채비율도 떨어진 상태라 지분 매입으로 소모된 3000억원 정도는 큰 문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진칼 주가 변동이 심하고, 추가 자금이 얼마가 소요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현금을 너무 고갈시키면 본업에 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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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