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이나 랩지노믹스 등은 주가로도 수혜 반영
다만 진단키트 외 전체 'K바이오' 번지기는 무리
길리어드, 중국 임상결과 임박…국내는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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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에 'K바이오'가 재평가 기회를 얻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다른 업종과 달리 전염병으로 인한 실적 악화 유인이 없는 점도 'K바이오'의 부활에 대한 기대심을 높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K바이오의 코로나 수혜가 '진단키트'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 결과가 임박한 상황이라, 바이오의 꽃인 '백신·치료제' 분야에선 K바이오가 재평가되는 게 쉽지 않은 여건이란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급락한 코스닥 시장에서 그나마 선방한 건 '진단키트주'였다. 씨젠과 랩지노믹스는 지난 10일 장중 각각 6만9800원, 1만8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두 종목의 주가도 조정되고 있지만, 기존의 주가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확산이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진단키드 업체들의 수혜는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씨젠의 경우 3주 만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해 양산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터라 추가 수혜도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혜가 'K바이오'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코로나와 관련된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에 녹십자·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서 내로라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15곳과 정부기관 4곳 등이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지만, 시장에선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임상이 진행돼야 하는 등 최소 6개월 이상의 투입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코로나 수혜를 보기엔 한 발 늦다는 시각이다.
진단키트와 달리 치료제 분야에선 K바이오가 미국에 비해 역량이 뒤쳐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미국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현재 코로나 치료제로 가장 가능성 있는 약물로 꼽히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따라잡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장의 시각은 국내 주요 바이오사들과 미국 길리어드의 주가에서도 방증된다.
길리어드의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장중 80.4달러(당시 9만6000원대)까지 치솟으며 3년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공식화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현금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길리어드의 주가도 빠지긴 했지만, 지난 11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치료제 임상 속도에 따라 주가 반등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주요 K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렸음에도 유의미한 주가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독감백신 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 셀트리온이나 GC녹십자마저 '코로나 수혜'와는 거리가 먼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2월 캐나다에 '램시마SC' 허가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장중 18만7500원으로 반등한 바 있지만, 이후 코로나와 관련된 주가 견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3일엔 장중 15만6500원까지도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GC녹십자의 주가 역시 지난 1월28일 14만원대를 터치한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코로나 수혜로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GC녹십자의 경우는 코로나 팬데믹에 시장이 휘청인 탓에 지난해 8월 수준(주당 10만원 안팎)으로 주가가 낮아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 백신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발표는 많았으나 아직까지 백신이 완성된 건 없다"며 "코로나로 인해 일부 진단키드 업체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재평가' 이야기가 나오지만, 오히려 코로나 수혜보단 코로나로 인한 주가 충격이 더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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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3일 14: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