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이마트·변화 예고 롯데·수익 고민 쿠팡
강자간 M&A로 과점식 시장재편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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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 유통업계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어느새 대세로 자리 잡았고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업체들은 뒤늦게 온라인 사업 강화를 외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변수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코로나 확산과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다. 유통업계 전쟁의 양상을 뒤바꾸는 사건들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온오프라인 업체들이 받을 영향, 그에 대한 대응 마련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코로나에 마트와 백화점 입지 바뀌어
1월까지만 해도 이마트와 신세계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엇갈렸다. 소비 성향의 양극화가 뚜렷해 보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웬만한 중저가 제품들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비싼 제품은 백화점에 직접 가서 구입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을 앞세워 선방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평가를 180도 뒤바꿨다.
신세계가 1분기에 매우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신세계백화점 기존점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매출은 5% 이상 신장했지만 2~3월에는 그 이상 마이너스로 돌아서 역신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면세점 역시 1월 매출은 견조하게 나왔지만 2월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이마트가 선방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의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오프라인 마트의 실적 개선과 SSG닷컴의 성장성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이 두가지 모두 재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의 지속 성장은 장담하기 어렵다. 특수한 상황이 식품, 생필품 판매 증가로 이어졌는데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식료품 재고 증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마트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SSG닷컴의 성장 가능성으로 귀결된다.
SSG닷컴은 코로나 사태로 크게 늘어난 트래픽을 유지할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온라인몰 담당 물류센터인 NEO3를 완공해 배송가능 물량이 20% 늘어났다. SSG닷컴 주문량은 배송가능 물량의 95%를 계속해서 웃돌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배송 정시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유입된 트래픽을 지킬 수 있는지가 핵심인데 그런 측면에서 SSG닷컴이 진정한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롯데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200개 점포의 구조조정, 온라인 대규모 투자를 재확인시켰다. 이달말에 롯데ON이 공식 오픈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풀필먼트를 강화하는 등 유통-물류 계열사들의 관계가 보다 유기적으로 바뀔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구조조정 타이밍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모두가 위기일 때 선제적으로 한번에 정리하는 것이 낫고 구조조정은 언제든 역풍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 분위기에선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구조조정 결과만 괜찮다면 하반기부터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기대된다. 롯데쇼핑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얘길 들어보면 ‘결과가 괜찮다면’이라는 전제가 쉽지않다는 것이 문제다.
“롯데쇼핑 구조조정은 말만 했지, 아직 진행된 게 없어 지켜봐야 한다. 롯데쇼핑의 주력은 백화점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아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온라인 거래액이 생각만큼 안나오고 시장 기대치도 낮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보다 롯데만의 색깔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마트의 SSG닷컴은 식품에서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특색 없는 롯데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마트와 슈퍼가 가장 큰 문제인데 매각하려고 해도 살 데가 없다. 백화점과 하이마트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이커머스 말고는 변화를 줄 만한 사업이 요원하다”
M&A를 통합 사업확장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 바이더웨이, GS스퀘어, 하이마트를 차례로 인수했다. 유통업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장기적 직접 투자를 하기보단 M&A를 통한 단기적 외형 확대에 치중했고 그 결과 체질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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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매물 출회에 온라인 새판 짜야
코로나 사태가 가장 달갑지 않을 사업자는 역설적이게도 쿠팡이다. 일면 그 반대일 것 같지만 이커머스 주문 폭주는 쿠팡에 또 다른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추가 자본확충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생필품, 식료품 중심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수요가 폭증했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쿠팡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일례로 가공식품 제조사의 이커머스 매출비중은 5~7% 수준이다.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1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쿠팡향 매출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다. 대형 오프라인 사업자에 비해 쿠팡의 구매 협상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쿠팡 소비자의 이용 패턴이 주문건당 낮은 주문금액과 빈번한 주문건수라는 점도 문제다. 무료배송에 따라 배송건당 평균판매단가가 경쟁사 대비 낮다. 쿠팡의 건당 평균 주문금액은 3만5633원으로 SSG닷컴의 5만7533원에 비해 약 40% 낮다. 쿠팡의 4만원 이하 주문건수는 75%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설이 계속 나오는 것 역시 상장 이외에는 자본을 확충할, 또 투자자들의 투자회수를 할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이커머스 업계 내에서의 존재감 확대라는 전제 하에서 수익성 제고를 꾀하려고 했던 쿠팡 입장에선 코로나 변수가 등장한 것이 달가울 리 없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G마켓, 옥션을 가지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베이코리아의 매물 출회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해외에서 봤을 때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본 것이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①식품 경쟁력 기반 ②물류센터 및 배송 인프라 구축 ③서치 엔진 및 간편 결제로 트래픽 보장을 갖춰야 한다. 이베이코리아는 모두 경쟁력이 떨어지고 투자도 크게 이뤄지지 않아 사업 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이베이코리아는 높은 국내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2년간 연속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시장점유율에 기반해 이베이코리아 몸값이 5조원 혹은 그 이상에 달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이 숫자를 맞추긴 어렵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다. 성장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신세계그룹 시총에 버금가는 금액을 쓸만한 후보는 없다. 거품이 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온라인 강화를 위한 오프라인 업체들의 인수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업체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인수 ▲중국 등 해외 매각 가능성이 언급된다. 여기에 ▲몸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수 부담이 크다면 ▲합병 방식을 통한 합종연횡 가능성도 거론된다. 후보로는 온라인, 오프라인 업체 모두 해당된다.
현실화 여부를 떠나 이베이코리아의 매물 출회 가능성 자체가 온라인 시장의 재편 가능성을 한층 키웠다. 지금까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출혈 경쟁이 이어졌다면, 앞으로는 강자 간 인수 또는 합병을 통해 몇몇 업체들로 과점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지금까지 세운 전략을 접고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소비자들은 예전만큼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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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