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수직 하락에 산정액 변동 클 듯
대부분 보유재산 주식 + 배당인 대주주일가…재원마련 고민
조현아씨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주식담보대출 유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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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유가 하락이 촉발한 주식시장 붕괴가 대기업 대주주일가의 상속세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속받는 주식 가치가 줄어들며 단기적으론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일가 보유 재산 상당부분이 계열사 지분과 이로 인한 배당인 점을 고려할 때 속내는 복잡해질 수 있다.
그룹 비주력 계열사들의 매각 혹은 지분을 활용한 자금조달 가능성도 고려될 수 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이마저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서 상속세는 거래량과 무관하게 종가만을 단순 평균해서 나오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동법 제63조는 주식(유가증권) 상속은 '4달의 기간'을 기준가격으로 두고 세금 부과액을 산정하도록 했다. 상속받을 주식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자진 신고시 5% 추가감면이 이뤄진다.
올해 1월 작고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우. 신 명예회장은 롯데지주 3.1%, 롯데제과 4.5%, 롯데쇼핑 0.9%, 롯데칠성 1.3%등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별세일 당시 국내 계열사 지분으로 한정해 평가한 상속분은 약 4295억원(미래에셋대우 추정) 수준으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상속인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2545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와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들어 롯데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며 추정 상속액도 변동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연 초 주당 4만원 전후 수준이던 롯데지주의 주가는 최근 2만원 수준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롯데쇼핑도 14만원 수준에서 6만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롯데제과(15만원->10만원), 롯데칠성(14만5천원->8만원) 등 기타 계열사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상속세 산정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같은 시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태광실업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던 중 작고했다. 비상장 주식의 상속세 산정은 주가 대신 영업이익과 보유 자산 가치등을 통해 별도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IPO 절차 당시 각 증권사가 제시했던 기업가치가 5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박 회장이 보유중인 지분 55.4%의 가치만 2조5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아들인 박주환 전 기획조정실장(부사장)이 회장직에 올라 그룹 경영을 이어받았지만, 조단위에 달한 상속세 부담은 여전히 숙제다. 이전부터 그룹 계열사 휴켐스를 매각해 일부 자금조달에 나서는 방안 등도 고려됐지만 유가에 영향을 받는 업종 특성과 현재 주가하락을 고려할 때 적합한 시기와 가치 산정을 두고 고민이 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일가가 보유한 태광실업 지분 일부를 통해 프리IPO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안도 시장에선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별세한 고 조양호 회장의 경우 상증법 기준에 따라 이미 상속세 산정은 지난해 마무리 된 상황이다.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도건설·KCGI 측과 함께 3자 연합에 가세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며 한 때 지주사 한진칼의 주가는 한 때 연초대비 3배 수준까지 급등했지만, 상속세 산정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현재 무직인 조 전 부사장 상황에선 그룹으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하다보니 사실상 보유 주식으로만 상속세를 분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주주일가의 총 상속액은 2700억원 수준으로, 5년간 연부연납할 예정이다. 상속인이 조현아씨를 포함 총 4인인 점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1년에 약 100억원을 납부해야하는 셈이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0일 하나금융투자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받은 2건의 대출(한진칼 지분 0.5% 담보)을 상환하고, 신규 주식담보대출(한진칼 지분 0.93% 담보)을 받았다. 이전 대출 시점에 각각 1만8550원, 3만1900원 수준이던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며 신규 대출시점에 3만8500원까지 뛰어올랐다. 금융사가 통상 담보한 주식 가치의 50~70% 가량을 대출해주는 점을 고려할 때, 신규 대출로 약 100~15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고 격화할 수록 상속세 납부와 생활비 마련이 수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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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