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저유가 파동 지속…실적 악화 전망
지주 NAV 27% 한국조선해양도 업황 '난관'
"유상증자 확정 시 현재 자금 부족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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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의 ‘고배당 정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지주 배당 수익의 사실상 전액을 감당하던 현대오일뱅크가 휘청이는 데 따른 여파다. 배당을 보조해야 할 한국조선해양 등 기타 자회사들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어 주주 환원책 강행이 오히려 그룹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4일 코로나 확산 위기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 시행을 결정했다. 최대 70%의 경비예산 삭감과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임원 급여 20% 반납 등 비용 축소 방안이 주요 골자다. 수익 개선 대응책을 위한 사장 주재의 비상 회의도 매주 이어지는 상황이다.
저유가 여파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연초 배럴당 60달러 선을 상회하던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최근 18년 만에 최저가(배럴당 20.37달러)를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과 산유국 감산 합의 실패가 복합적으로 얽힌 탓이다. 유가 하락 5달러 당 1000억원대 손실로 거론되는 재고평가손실, 그리고 손익분기점(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배럴당 4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정제마진(배럴당 -1.9달러, 3월 셋째 주)은 깊은 실적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현대오일뱅크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4조2148억원, 부채비율은 153.5%까지 달하며 최근 3년간 현금 흐름이 꾸준히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220억원으로 2017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여기에 이달 초 인수를 결정한 SK네트웍스의 직영∙임차주유소 302개에 2200억원 상당의 추가 지출이 있을 예정이다.
지주사 순자산가치(NAV)의 62%를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3000억원 내외의 지주 배당 수익을 사실상 홀로 감당해왔다. 이러한 현대오일뱅크의 배당 여력이 크게 떨어지자 지난달 현대중공업지주가 내놨던 주주 환원책의 강행을 두고 ‘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1만8500원의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705억원으로, 앞으로 3년간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높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이사회가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결정하며 내놓은 조치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은 오는 3월까지 발행 주식의 3%(48만8000주)를 매입 후 소각 중이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사업부 물적분할(현대로보틱스) 안건을 함께 의결하며 순수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밟았다. 향후 지주의 수익은 지분에 따른 배당금에만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지주사 NAV의 2위(27%)를 차지하는 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하고 나면 현대로보틱스∙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등이 지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미미해(NAV 1~2%) 유의미한 배당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조선해양의 조력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지난 2014년부터 배당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은 “향후 주요 자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당을 할 것”이라며 당분간 배당이 불가능함을 밝혔다. 합병 이후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 산하로 편입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코로나 여파로 인한 발주 지연을 겪으며 전년 동기 대비 60~70%가량의 수주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지주사의 ‘자체 여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1조3000억원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대금이 들어와 1월에 단기차입금 항목 중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모두 상환했다”며 “재무 상황을 안정시켰고, 배당을 위한 여력도 충분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감사보고서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단기차입금 합계는 1조1429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이 밝힌 대로 공시 상의 CP(1300억원)와 전자단기사채(3500억원)를 일시 상환했더라도, 유입된 매각 대금만으론 차후 진행될 한국조선해양 유상증자 금액(약 4000억원)과 잔여 단기차입금 상환을 동시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인다. 줄어든 현대오일뱅크 지분(74.13%)과 배당 여력도 고민거리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수적 산정을 기반으로 지주 몫의 유상증자 금액∙자회사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금융비용을 고려할 때 자금이 다소 부족한 수준”이라며 “대외 신인도를 기반으로 차환에 무리가 있지는 않겠지만, 주주 환원책을 강화하기에 좋은 재무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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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