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여전히 CJ헬로 인수 후폭풍…SKT는 "점유율 관심없다"
KT는 3사모두 실사 돌입할 듯…매각가격 깎기 전략
마지막 매각기회? 버티기? KT둔 눈치작전 치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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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HCN의 공개매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료방송 M&A 2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지난해는 통신 3사 모두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며 눈치싸움이 치열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공개매각 선언에도 잠잠한 분위기다. 사실상 마지막 매각 기회를 맞은 현대HCN, 딜라이브, CMB 모두가 매물로 나오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원매자인 KT가 3사를 조율하며 매각가를 깎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는 현대HCN 예비입찰을 앞두고 삼정KPMG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해 회사 현황을 살피고 있다. 현대HCN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4.07%로, 통신3사에 이어 딜라이브(6.09%), CMB(4.73%) 다음 순위로 유료방송(SO) 내 6위에 올라있다. 현재 매각 주관은 크레디트스위스가 담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물적분할을 통해 보유 현금을 존속회사에 이관하는 등 거래구조를 가볍게하며 인수부담을 줄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통신 담당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케이블TV 가입자당 M&A 가치인 40만원 적용 시, 현대HCN 매각 가치는 약 5240억원 수준으로 산출되며 현대미디어도 약 100억원~200억원 사이의 매각 가치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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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신3사의 시장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31%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KT 입장에선 현대HCN을 인수할 경우 2·3위권과 격차를 벌일 수 있다. 또 3위인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할 경우 2위 LG유플러스 점유율을 역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효과를 반감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원매자가 통신 3사로 좁혀지는 한정된 상황이지만, 현재 KT만 주관사 선정을 마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다. 통신 3사가 모두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인수전이 가열됐던 지난해 CJ헬로비전 M&A와 다른 양상이다. 당시엔 매각 주체였던 CJ헬로비전이 역으로 딜라이브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후보간 블러핑이 이뤄질 정도로 눈치싸움이 펼쳐졌지만 이번 구도에는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기업분할을 단행하는 등 매각 포지션을 공고히 했고,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딜라이브가 같은 전략을 펴긴 불가능하다.
지난해만 해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앞다퉈 인수하며 두 건의 빅딜이 속도전으로 이뤄졌지만 현재 양 사는 모두 대내외적으로 매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CJ헬로비전 인수 금액을 두고 여전히 그룹 내부에서 후폭풍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SKT는 박정호 사장이 유료방송 점유율 순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밝히며 오히려 컨텐츠 확보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유력한 인수 후보인 KT를 두고 매각 후보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구현모 회장이 취임하며 지난 M&A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지배구조 위험에선 어느정도 벗어났다. 반면 안정적 임기 보장을 위해 M&A 등 뚜렷한 명분과 청사진이 필요했던 황창규 전임회장과 달리 신임 회장의 경우 '공적'이 크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계열사 매각, 구조조정 등 장담한 상황에서 큰 웃돈을 주고 인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T입장에선 동시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현대HCN·딜라이브·CMB 등 매물들을 놓고 인수가를 낮추기 위한 저울질에 나설 구도가 갖춰진 셈이다. 즉 더 이상 매각 기회가 없는 점을 활용해 속도전을 유도하고, 타 통신사들의 추격을 막는 정도의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 등을 마쳐놓은 상황에서 의사결정에도 큰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딜라이브도 주관사 선정 막바지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매각전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이 ‘유료방송 M&A 경험이 있는 외국계 IB’로 주관사 선정에 나서다보니 모건스탠리·메릴린치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채권단관리절차를 밟을 당시만 해도 MBK파트너스 측에선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IB를 선임해 매각을 재개할 것을 희망했지만 과도한 비용을 우려한 채권단이 묵살한 해프닝도 있었고, 최근엔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서 외국계 IB 선임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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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1일 07:00 게재]